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기자수첩] 천안시청의 봄은 왜 이토록 무거운가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지난 25일, 천안시청의 한 공무원이 세상을 떠났다. 봄기운이 번지던 때였다. 남은 사람들은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동료들은 고인을 두고 성실했고 밝았고 주변을 먼저 챙기던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천안시청 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 이어진 추모 글도 다르지 않았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믿기지 않는다”, “경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조직 내 문제로 발생한 비극 같다”는 말들은 애도의 표현인 동시에 조직을 향한 절박한 물음처럼 읽힌다.

지금 시청 안팎에서는 한 간부의 폭언과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정인의 언행으로 고통을 겪은 사람이 고인 한 사람만은 아니라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정신과 치료와 약물 처방이 필요했던 직원도 있었다는 증언도 들린다. 다만 이 대목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안타까움이 크다고 해서 모든 주장을 곧장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조직 내부에서 제기된 문제를 개인적 갈등이나 풍문으로 축소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추측이 아니라 조사이고, 방어가 아니라 확인이다.

이 사안을 천안시 감사관 차원에서만 들여다볼 일인지, 외부 전문가나 수사기관의 도움까지 받아야 할 사안인지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공직사회는 위계가 분명한 조직이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반복되는 질책이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압박이 될 수 있다. 겉으로는 지도와 업무 지시처럼 보였더라도 상대가 감당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면 그것은 다시 점검돼야 한다. 의혹을 받는 당사자 역시 억울함이 있다면 절차 속에서 충분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조사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이 사건은 단지 한 개인의 비극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흔히 성격 차이, 조직 적응 문제로 흐려지곤 하지만 실제로는 조직 안의 힘의 비대칭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누가 말할 수 있고 누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지, 누가 지적을 하고 누가 감내를 강요받는지 살피는 태도는 성인지 감수성과도 맞닿아 있다. 특정 성별을 앞세워 사건을 소비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약한 위치에 놓인 사람의 고통이 사소화되지 않도록 조직이 더 섬세해야 한다는 뜻이다.

천안시청을 출입하는 기자로서 이번 비극을 바라보는 마음도 무겁다. 가까이서 시정을 지켜봐 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조직 안에서 누적됐을지 모를 고통의 신호를 제때 비추지 못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비극이 벌어진 뒤에야 문제를 말하는 일은 늘 늦다. 그 늦은 기록 앞에서 언론 역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덮어두는 침묵이 아니라 말할 수 있는 용기다. 혹시라도 비슷한 피해를 겪은 이들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개인을 겨누기 위한 폭로가 아니라 조직을 살리기 위한 증언이어야 한다. 그 용기가 있어야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천안시는 이번 일을 한 사람의 죽음으로만 정리해선 안 된다. 명명백백한 조사와 납득할 만한 결과, 그리고 재발 방지책까지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남은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는 길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더는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남은 이들이 끝내 진실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천안시청의 봄은 왜 이토록 무거운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



포토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