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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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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화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내정이 어지럽고 경제가 잘 안되는

이유가 마치 일부 편협된 반세계주의자들의 책임인양, 시장개방과 투명경영

의 이름 아래 세계화론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세계화란 무엇인가? 지금 논의되어 지는 세계화가 바로 무역자유화의 이름

으로 강요되어지는 시장 개방. 대우의 세계경영에서 볼 수 있던 국부의 무

분별한 해외 유출, 문화개방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야만적인 문화침략이라

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세계화의 도도한 물결에 저항하는 측의 논리는 매우 궁색하다. 반

세계주의자들은 "우리 나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고유 문화와 상

황, 그리고 독특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세계적 표준에 따를 수 없다는 것

은 민족적 감정을 같이 나누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뿐

더러 오히려 역공을 당하기 쉽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주장을 할 때에는 항상 조심스럽게, 그 것도 좀 미안해

하면서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

다.

우리 나라에서 말해지는 세계화라는 것이 결국 국제적 기준을 따르자는 것

일터인데, 여기서 국제적 기준이란 개도국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개도국

기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적 기준이기가 십상인 듯하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성공한 일본은 어떻게 해왔을까? 일본은 지난 50년대부

터 눈부신 고도 성장을 이룬 끝에 세계 경제의 한 축이 되어 있으나 일본

의 세계화 정도는 매우 뒤떨어져 있다.

심지어 연도를 나타내는데 있어서도 일본은 서기를 쓰지 않고 소위 천황연

호를 쓰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매우 혼란스럽다. 또 일본의 독특한 전기제

도 때문에 미국산 전자제품은 일본에서 사용할 수가 없다.

지금 인기중인 무선 인터넷의 표준에서도 일본은 WAP을 쓰지 않고 J Mode

를 사용하고 있듯이 일본은 각종 공업 규격이나 첨단 기술의 표준에서 대부

분 독자적인 규격을 고수해왔다. 그 때문에 지난 수십년동안 외국 기업들

은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온갖 까다로운 규정과 독특한 시스템 때문에 일본

에서 사업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불평해왔지만 일본은 이러한 외국의 비

판에 의연히(?) 맞서면서 오늘날 경제 대국을 만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일본의 경우 다행히 지난 시절 정보화 혁명이 시작되기 전

에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정보화 혁명의 시대에 초강국이라는 미국의 경우는 어떠한

가? 잘 알려진 일이지만 미국은 전세계 선진국 중에서 매우 드물게 미터법

을 무시하고 있는 나라이다.

미국은 영국에서조차 지양하려는 마일중심의 거리측정과 파운드단위의 무게

측정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국제 사회의 혼란은 매우 크다. 우

리 나라가 분명히 미터법을 사용하는데도 우리가 사용하는 항공사의 고객우

대 제도는 우습게도 "마일리지 시스템"이라고 부르는데, 그 것은 미국이 이

러한 이름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은 미국의 도량형에 맞추어 다시 측정된 다음

표시되어야 하므로 그로 인한 외국 회사들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더욱이 재미있는 것은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들이 사용하는 복사용

지나 팩스용지의 크기가 미국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가 팩스

를 보낼 때 문서를 받는 미국에서는 문서의 아랫부분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

이 일어난다.

그러나, 미국은 전세계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종이규격이나 도량형

을 절대 바꾸지 않는다. 또 모든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날짜의 표기에 있어

서도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일/월/연 의 순서로 표기하는데 비해 미국은

월/일/년 의 순서로 표기한다.

따라서 미국과 다른 나라간의 거래상 주고 받는 문서에서는 07/08/00이라

고 날짜가 표기된 경우 그 숫자가 7월 8일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8월7일

인지가 항상 혼동되는 것이다.

세계 기준과 달리하는 미국의 억지는 연방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를 낳는

다. 미국은 연방제도 때문에 각 주의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

어 국제협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와 미국은 국제 협정상 서로의 운전면허에 바탕을 둔 국

제면허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우리 나라가 미국에서 발행

된 국제 면허를 충실히 인정하는데 비해,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우리나라

가 발행한 국제면허를 가지고는 운전을 할 수가 없다.

그것은 비록 연방정부가 약속했다고는 하나 주정부가 그러한 약속을 인정하

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일 우리 나라의 경기도가 같은 이유로 미국에

서 발행된 국제 면허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야 말로 엄청난 문제가 발생

할 것이며 우리의 언론은 세계화에 저항하는 무식한(?) 지방행정을 질타할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의 연방제도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게 미국내의 각 주를 하나

의 나라로 인정해달라는 억지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면 미국은

각주가 모여 미합중국을 만들었던 자기만의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

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주장은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우리가 미안해하면서 주장하고 있

는 것이다. 어째서 똑 같이 세계기준에서 크게 벗어나는데, 우리는 매우 미

안해하고 미국은 매우 당당해하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일부 미국인들이 간접적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의 한 주가 우리나

라보다 크기 때문이라면 미국에서 몸무게가 200kg의 사람은 몸무게 100kg

의 사람보다 투표권을 더 주어야 할 텐데 아직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다.

세계화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세계화에 찬성을 할 텐데, 아직도 그 모범이

되는 나라를 알지 못하니 안타깝다.

/미국변호사 김형진 court@in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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