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또 일시적 휴전이 아닌 '전쟁 중단'을 원한다면서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에서 열린 미국ㆍ이란 전쟁 관련 사진전 및 다큐 상영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3.26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03be7e21804e1.jpg)
쿠제치 대사는 26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란은 한국 선박의 제원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이란 군과 관계 당국의 조율 및 검토를 거쳐, 해당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과 관련된 모든 대상에 대해서는 이 해협 통과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일종의 제재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미국 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은 전시 상황에서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페르시아만 북부, 즉 이란이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남부 지역에서 미국 기업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사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쿠제치 대사는 그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넘겼다. 그는 세계 경제가 볼모로 잡혔다는 비판에 대해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결과보다 원인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명분도 없고, 법적 정당성도 없는 전쟁이 공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경제적 이익이며, 그로 인한 부담은 전 세계, 특히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서는 "지금의 위기는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개인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쿠제치 대사는 "이스라엘, 특히 국제재판소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 총리가 이란과 미국 간 어떠한 협상이나 합의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고, 이를 스스로의 '레드라인'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했다. 네타냐후는 2019년 뇌물수수·사기·배임 혐의로 기소돼 2020년부터 예루살렘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파키스탄인 수십만명을 사상시킨 전범 혐의로 네타냐후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쿠제치 대사는 "네타냐후는 과거 이란과 오바마 행정부 간에 체결되고 유럽 국가들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지했던 중요한 합의, 즉 핵합의(JCPOA)를 무너뜨린 인물"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군사적 프로그램으로 규정하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인해 현재의 위기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쿠제치 대사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물밑 접촉을 인정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제안한 15가지 협상안에 이란이 일부 동의했다는 보도에는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는 "우리는 파키스탄을 비롯한 일부 국가 정상들로부터 선의의 메시지를 받아왔고 이러한 메시지는 전반적으로 전쟁을 중단하고 중재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주장한 협상 및 이란이 일부 제안에 동의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주장은 유가와 주식 시장에 일시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허위 정보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곧 대면 협상이 있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다양한 소통 채널을 가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들은 바는 없다"고 부인했다. 아울러 "(미국의 이런 행위는) 그들의 공격적인 행동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실제 피해를 축소해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면서 "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분명하고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
쿠제치 대사는 "우리는 전쟁의 중단을 원한다"고 했다. 다만 "휴전은 결국 일시적인 시간 벌기에 불과하며, 상대가 전력을 재정비한 뒤 다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무엇보다 침략이 중단되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모험적 행동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보장할 수 있는 제안과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또한 이번 침략으로 인해 우리에게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제치 대사는 한국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이 지역에서 벌어진 이 참혹한 사태에 동참하지 않고, 이러한 실패의 공범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 상황의 오명은 트럼프 행정부와 네타냐후에게 남겨져야 한다. 트럼프가 스스로 만들어낸 이 위기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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