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주요 건설사들의 인력 축소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단위로 고용되는 '현장 채용직(기간제) 인력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현장 인력 기반 약화를 부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3월 24일 기준)에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 등 5대 건설사의 총직원 수는 2만7612명으로 전년(2만9655명) 대비 2043명 감소했다. 이 가운데 기간제 노동자는 1631명 줄어 전체 감소 인원의 79.8%를 차지했다.
![건설 경기 침체와 선별 수주 기조 속에 1년 새 5대 건설사 인력 감축의 약 80%가 비정규직에 집중되며, 현장 중심 고용 불안정이 커지는 모습이다. DL이앤씨(-15.8%), GS건설(-8.9%) 등 주요 건설사들의 인력 축소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5대 건설사 합계 기준 2024년부터 1년 간 기간제 노동자 감소 비율을 나타낸 표. [표=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d5e242fb78a9aa.jpg)
회사별로 보면 인력 축소 흐름은 공통적으로 나타났지만 감소 폭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5대 건설사 가운데 DL이앤씨의 총직원 수는 2024년 말 5347명에 1년새 4500명으로 847명(15.8%) 줄었다. 특히 전체 감소 인원의 84%에 달하는 712명이 현장 중심의 기간제 노동자로 확인됐으며, 정규직 또한 130여 명 줄어드는 등 전방위적인 조직 슬림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도 현장 인력 중심의 축소가 두드러졌다. GS건설의 총직원 수는 2024년 5483명에서 2025년 4996명으로 487명(8.9%) 감소했다. 이 가운데 기간제 노동자가 1794명에서 1320명으로 474명(26.4%) 줄어 전체 감소 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정규직은 3689명에서 3676명으로 12명 줄어 사실상 변동이 없다.
대우건설은 정규직 인력 감소 폭이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다. 대우건설의 총직원 수는 같은 기간 5503명에서 5146명으로 357명(6.5%) 줄었는데, 이 중 기간제 노동자는 207명 줄었고(10.7%) 정규직은 150명(4.2%) 감소했다.
반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총 인력 감소 폭이 200명과 100명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구조는 건설업의 프로젝트 기반 고용 특성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사 물량이 줄어들면 현장 단위로 채용된 인력이 먼저 계약 종료되는 구조다.
이기쁨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업은 정규직과 프로젝트 단위 인력이 혼재하는 산업으로, 공사 물량에 따라 인력이 조정되는 구조"라며 "최근 인력 감소는 경기 요인에 이어 수익성 중심 수주 기조의 영향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건설사들은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건설사 인력은 현장 수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부동산 PF 사태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무분별한 수주를 지양하고 사업성이 확실한 곳만 골라 잡는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장 수가 줄었고, 해당 프로젝트에 귀속됐던 기간제 인력들의 계약 종료가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은 감소하더라도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내실 수주' 기조가 고용 지표에는 하락세로 나타났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고정 인건비 부담이 큰 본사 중심의 정규직은 유지하되, 프로젝트 단위 인력을 줄여 비용 구조를 조정하는 전략인 셈이다.
대우건설 측은 이를 단순한 감원이 아닌 사업 구조 재편 과정으로 설명한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현장 수 감소 영향이 기본적으로 반영됐지만, 해외 신도시와 원전 등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최근 해외 법인 확대와 함께 원전 관련 조직을 강화하는 등 중장기 성장 축을 해외 사업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국내 주택 중심 인력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인적 자원을 재배치하는 흐름이다.
이와 함께 현장 인력 공백에 대해서는 스마트 안전체계를 통해 대응, 모바일 안전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CCTV 기반 원격 모니터링과 인공지능(AI) 영상분석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건설 경기 침체와 선별 수주 기조 속에 1년 새 5대 건설사 인력 감축의 약 80%가 비정규직에 집중되며, 현장 중심 고용 불안정이 커지는 모습이다. DL이앤씨(-15.8%), GS건설(-8.9%) 등 주요 건설사들의 인력 축소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5대 건설사 합계 기준 2024년부터 1년 간 기간제 노동자 감소 비율을 나타낸 표. [표=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559fbe15ef032.jpg)
다만 업계에서는 인력 중심 관리에서 시스템 중심 관리로의 전환이 단기간에 현장 숙련도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숙련 관리자 축소가 누적될 경우 시공 품질과 안전 관리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은 "안전 책임자를 이사회에 포함시키고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장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이 '서류상 안전’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 경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계적 감시 체계가 현장의 책임감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며 "시스템 전환 과정일수록 숙련된 현장 인력을 유지하는 인적 자본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경기 위축 흐름은 인력감소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투자 성장률은 -9.9%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신규 착공과 공사 물량 자체가 줄어들며 건설 현장 수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결국 건설사들의 인력 축소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감 경기도 악화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2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62.5로 기준선(100)을 크게 밑돌았다. CBSI는 건설사들이 체감하는 경기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건설사의 공시자료 외에 공식 정부 통계로도 고용위축 흐름이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4만 명으로 전년 대비 12만5000명 감소하며 20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이는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산업 전반의 고용 기반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노동 환경 변화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3월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넓히고,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은 기존보다 더 많은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할 가능성에 직면했다. 건설업은 제조업과 달리 하나의 현장에 수십 개 협력업체가 동시에 투입되는 구조다. 공종별·현장별로 노조가 나뉘어 있는 만큼, 원청이 각각의 노조와 개별적으로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설노조는 주요 건설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물산·GS건설·SK에코플랜트·한화 등 일부 사업장에서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다.
이처럼 교섭 구조의 불확실성과 업황 위축이 맞물리며 건설사들은 채용과 현장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력 축소는 비용 조정을 넘어 향후 시공 품질과 안전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기 회복 이후에도 숙련 인력 공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 수행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 감축을 넘어 숙련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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