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미·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최악의 기후재앙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동 전쟁으로 14일 만에 약 5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아이슬란드의 연간 탄소 배출량인 약 500만톤에 이르는 양이다. 전쟁 14일 만에 한 나라의 연간 탄소 배출량에 맞먹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셈이다. 미래 세대의 탄소 의존성이 고착화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까지 나왔다.
영국 매체 가디언지는 21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 발발 14일 만에 이산화탄소 500만 톤 배출’이란 분석 보고서를 담은 기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지난 5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d699a9be9b06f.jpg)
가디언지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은 기후 재앙을 초래하고 있으며 전 세계 탄소 예산을 84개국 합친 것보다 빠른 속도로 고갈시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전쟁으로 전투기, 드론, 미사일 공격으로 수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 중동이 거대한 환경 희생 지대로 변모해 버렸다.
가디언이 단독으로 입수한 이번 분석은 화석 연료 기반 시설, 군사 기지, 민간 지역, 해상 선박에 대한 공격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 피해에 대한 분석 보고를 담았다.
이번 분석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패트릭 비거 기후·커뮤니티 연구소(Climate and Community Institute) 연구책임자는 “정유 시설 화재와 유조선 충돌은 화석 연료에 기반한 지정학적 정책이 살기 좋은 지구와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며 “이번 전쟁은 화석 연료 업계의 이익이 외교 정책을 좌우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기후 위기를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고 설명했다.
미·이스라엘 연합은 이란 내 수천 개의 목표물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도 수백 개의 목표물을 공격했다. 이란 적십자사의 보고서를 보면 약 2만 채의 민간 건물이 분쟁으로 피해를 봤다. 해당 부문에서 발생한 총 탄소 배출량을 240만톤의 이산화탄소 환산량(tCO2e)으로 추산됐다.
이산화탄소 환산량이란 다양한 종류의 온실가스가 지구 가열화에 주는 정도를 대표적 가스인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환산한 단위를 말한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한 목적이다.
연료는 두 번째로 탄소 배출의 큰 요소였다. 미군의 중폭격기들은 영국 서부 등 먼 곳에서 이란으로 출격해 공습을 감행했다. 첫 14일 동안 항공기, 지원 함정과 차량에 사용된 연료는 1억5000만 리터에서 2억7000만 리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총 52만9000톤의 tCO2e가 배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충격적 장면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 테헤란 주변의 주요 연료 저장소 4곳을 폭격, 수백만 리터의 연료에 불을 붙인 뒤의 일이었다. 도시를 뒤덮은 먹구름과 검은 비가 내렸다.
이런 공격과 비슷한 공격들(이란의 걸프만 국가들에 대한 보복 공격 포함)으로 인해 250만 배럴에서 590만 배럴의 석유가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약 188만톤의 tCO2e가 배출된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발발 첫 14일 동안 미국은 항공기 4대를 잃었다. 이란은 항공기 28대, 해군 함정 21척, 미사일 발사대 약 300대 등이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괴된 군사 장비로 인한 내재 탄소 배출량은 17만2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폭탄, 미사일, 드론 등 모든 측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무기 자체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후 14일 동안 이란 영토 내 6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폭격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약 1000발의 미사일과 2000대의 드론을 발사했다. 약 1900대의 요격기를 발사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무기 사용으로 인한 배출량은 약 5만5000톤의 tCO2e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디언지는 이 같은 분석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총체적으로, 발발 후 첫 2주 동안 발생한 탄소 배출량은 505만5016톤의 tCO2e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가나 에너지와 천연자원대의 라르비 박사는 “분쟁이 진행됨에 따라 배출량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이슬란드의 연간 탄소 배출량은 약 500만톤이다. 라르비 박사는 “아이슬란드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하는 양을 단 2주 만에 태워버리는 것은 우리가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은 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c8f9ac5deeba7.jpg)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화석 연료 공급 차질이 오히려 석유 의존도를 더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비거 연구 책임자는 “역사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에너지 충격은 항상 새로운 시추, 새로운 LNG 터미널, 새로운 화석 연료 기반 시설의 급증으로 이어졌다”며 “이번 전쟁은 안보를 위한 전쟁이 아니라 화석 연료의 정치, 경제적 기반을 위한 전쟁이고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은 민간인과 전 세계 노동자 계층”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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