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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세 번째 도약 기로⋯"AI전환 성패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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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6주년] 산업화·정보화에서 지능화로
"'복합 위기' 속 새로운 성장 엔진 마련해야"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2035년의 어느 날, 경기도 평택의 한 반도체 공장. 인간 엔지니어의 설계도 대신 인공지능(AI)이 스스로 도출한 ‘최적의 회로’가 칩에 새겨진다. 생산 공정은 실시간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글로벌 물류 흐름까지 예측해 공급망을 통제한다.

산업화로 한 번, 정보화로 또 한 번 크게 도약했던 한국 경제가 다시 한 번 기로에 서 있다.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말처럼 AI 대전환 시대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이다. 산업화와 정보화에 이은 지능화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숙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능화 시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이 격돌하면서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국내 지역 간 격차는 커지고 있다. 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전통 제조업은 중국에 밀려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한마디로 복합위기다.

대한민국 경제가 산업화, 정보화에 이어 AI 지능화란 거센 물결 앞에 서 있다. [사진=챗GPT]
대한민국 경제가 산업화, 정보화에 이어 AI 지능화란 거센 물결 앞에 서 있다. [사진=챗GPT]

아이뉴스24는 20일 창간 26주년을 맞아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을 짚고, 지능화 시대 복합위기 돌파 방안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시리즈 첫 번째로 AI 반도체 석학, 경제학자,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를 이끌었던 정책 전문가들에게 한국 경제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AI, 불의 발견에 버금가는 변혁"

AI 인프라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IT 산업은 PC, 모바일 시대를 거쳐 이제 본격적인 AI 시대로 진입했다”며 “이 흐름은 향후 100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는 반도체뿐 아니라 경제, 사회, 교육 등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라며 “인류 역사로 보면 불의 발견에 버금가는 변혁”이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첫째는 반도체 경쟁력, 둘째는 에이전틱 AI 개발, 셋째는 전 국민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 중요성을 강조하며 “반도체와 AI를 개발할 고급 인재를 키우는 동시에, 전 국민이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AI 문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AI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규정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AI 지출은 올해 2조5200억달러(약 33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AI 대전환’을 핵심 과제로 내걸었다. 2030년까지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100조원 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인 ‘AI 고속도로’ 구축에 나섰다.

대한민국 경제가 산업화, 정보화에 이어 AI 지능화란 거센 물결 앞에 서 있다. [사진=챗GPT]
(왼쪽부터)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강성진 고려대 교수, 권성준 성균관대 교수.

정보화 성공 경험…AI 전환의 출발점

한국은 이미 산업화에 이어 정보화 전환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이각범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정보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1980년대 통신 환경 개선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정책기획수석과 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을 지낸 정책 전문가다.

그는 “당시 통신기술 디지털화와 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전화 보급이 빠르게 확산됐고, ‘1가구 1전화 시대’가 열리며 정보화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전환의 분기점은 김영삼 정부였다. 이 교수는 “1993년 출범 당시 세계가 정보사회로 이동하던 시기였고, 정부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했다”며 “인터넷 기간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이 이후 산업 구조를 바꿨다”고 평가했다.

초고속정보통신망 인프라는 김대중 정부에서 여러 산업을 꽃피우며 IT 강국의 입지를 굳혔다. 1999년 ‘사이버 코리아 21’ 정책은 전환의 분수령이었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1998년 1만4000명에서 2002년 100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 교수는 “초고속망 구축은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며 플랫폼과 콘텐츠 산업을 동시에 성장시켰다”며 “한국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의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수행했다”고 말했다.

AI 시대 역시 같은 맥락의 전환기로 봤다. 이 교수는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두뇌 영역까지 기계가 확장하는 문명적 변화”라며 “향후 10년이 한국 경제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경쟁력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짚었다. 이 교수는 “AI의 본질은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라며 데이터사이언스 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AI 모델과 알고리즘, 빅데이터, 컴퓨팅 기술을 아우르는 인재 양성과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력과 인프라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AI는 전력 기반 산업”이라며 데이터센터 확대에 맞춘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강조하는 동시에, “저궤도 위성처럼 AI 경쟁은 통신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우주 기반 인프라를 포함한 장기 전략 필요성을 짚었다.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방송 '트리플 서비스' 출현 [사진=아이뉴스24 DB]

AI 시대, ‘양방향 혁명’…노동·산업 구조 재편

AI는 정보화와 차원이 다른 변화를 예고한다.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산업혁명은 인간이 기계를 일방적으로 활용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는 기계가 답을 제시하는 양방향 구조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저숙련 노동은 상당 부분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제도다. 강 교수는 “한국은 특허와 연구개발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규제 환경은 뒤처져 있다”며 “혁신이 실제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글로벌 기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공은 전력 등 인프라에 집중하고, 혁신은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 '세계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고 쓰고 서명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AI G3 조건…반도체·전력·데이터

전문가들은 AI 경쟁의 핵심 조건으로 ‘반도체·전력·데이터’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반도체 경쟁력과 AI 활용 교육을 강조했고, 이 교수는 데이터사이언스 역량과 전력, 우주 기반 인프라 필요성을 제시했다. AI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산업이다.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에너지 확보가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대한민국 경제가 산업화, 정보화에 이어 AI 지능화란 거센 물결 앞에 서 있다. [사진=챗GPT]
산업화, 정보화 전환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지금 인공지능(AI) 지능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있다.

제조업 AX 본격화…반도체가 핵심 축

AI 전환의 성패는 제조업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권석준 성균관대 공과대학 교수는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며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데이터 디지털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파인튜닝하고, 이를 디지털트윈과 연결하는 구조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AI 도입 효과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AX가 적용되면 제조업은 스마트화·가속화·무인화로 전환된다”며 “원가 절감과 함께 연구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맞춤형 생산 효율이 높아지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도 AI를 만나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봤다. 권 교수는 “팹리스(설계)에서는 AI 기반 설계자동화(EDA)로 복잡한 칩렛 구조 최적화가 빨라지고, 소재·부품·장비와 패키징에서는 소재·소자·공정의 동시 최적화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팹에서는 장비 유지보수 효율이 높아지고, 공정 오류 탐지와 수정 속도가 개선되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선단 공정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권 교수는 “AI를 통해 공정 단축, 소재 절감, 에너지 효율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원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파운드리에서는 고객 맞춤형 설계와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AI 반도체 경쟁이 설계·공정·소부장·패키징 전반을 아우르는 시스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10년…한국 경제 50년 좌우

AI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보화가 인터넷이라는 ‘고속도로’를 구축한 과정이었다면, 지능화는 그 위를 달리는 ‘두뇌’를 만드는 단계다. 대한민국이 AI G3로 도약하느냐, 추격자로 남느냐. 향후 10년의 선택이 한국 경제 향후 50년을 좌우한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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