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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전세](4) "벌금내고 집 짓나"⋯기업형 임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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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안정성'에 인기 높지만 임대료는 주변보다 20% 높아
'기업' 중심 공급⋯취득세 13% 부담에 공급확대 활로 막혀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다다익선(多多益善)'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분명하게 자가 1주택 보유를 권장하고 있어서다.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가 전체 주택시장의 흐름을 왜곡시킨다는 평가에 기반한다. 그렇다면 무주택 또는 유주택 세입자가 합리적이고 편리하게 거주하려면 어떤 주택이 공급돼야 할 것인가. 공공임대보다 비중이 훨씬 적은 기업임대주택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보증금 떼일 걱정 없고, 앱 하나로 수리 신청하면 바로 해결되니 편하죠. 그런데 매달 나가는 월세에 관리비까지 합치면 사회초년생 월급의 반이 훅 나갑니다. 편리함을 얻는 대신 자산 형성은 포기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깊어요." (강남구 기업형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A씨)

전문 운영사가 관리하는 강남구 역삼동의 기업형 임대주택 '위브플레이스 강남역.' [사진=김민지 기자]
전문 운영사가 관리하는 강남구 역삼동의 기업형 임대주택 '위브플레이스 강남역.' [사진=김민지 기자]

기업형 임대주택은 현재 '최상의 거주 편의'와 '높은 비용'이라는 두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전세의 대안으로 떠오른 기업형 임대가 단순한 '고가 월세'를 넘어 보편적인 주거 모델로 안착할 수 있을까.

현재 국내 기업형 임대 시장은 △SK디앤디(에피소드) △KT에스테이트(리마크빌) △직방(디어스) 등 대기업과 프롭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임대차 계약에서 '신뢰'의 주체를 개인이 아닌 기업 시스템으로 바꿨다는 점이다.

이들 단지는 올해 90% 이상의 높은 입주율을 기록 중이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조식 서비스 △공유 오피스 △AI 기반 관리 시스템 등은 주거를 단순히 '잠자는 곳'에서 '서비스를 구독하는 상품'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3년간 급증한 전세 사기 사태 속에서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 제로'라는 점은 기업형 임대주택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한국프롭테크포럼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시장 규모는 2026년 현재 약 12조원으로 추산된다. 2021년 약 4조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공급 예정인 기업형 임대주택 물량은 전국적으로 약 15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25%에 달한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임대료 경쟁력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전문 인력과 어메니티 시설을 운영해야 하므로 주변 시세보다 10~20%가량 임대료가 높게 형성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데이터(2026년 1월 기준)를 분석한 결과, 기업형 임대주택이 밀집한 서울 주요 지역의 임대료 격차는 뚜렷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인 '에피소드 강남 262'와 '에피소드 서초 393'의 경우, 전용 25~30㎡ 기준 월세가 약 150~170만원에 달한다. 인근 역삼동·서초동의 일반 신축 오피스텔(110~130만원)과 비교하면 최소 30만원 이상 비싸다.

영등포권역도 마찬가지다. KT에스테이트가 운영하는 '리마크빌 영등포'의 전용 25㎡ 월세는 100만원을 상회하며, 인근 당산동 일대 다가구 주택(80~85만원) 대비 20%가량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매달 별도로 청구되는 15만~20만원 상당의 관리비와 커뮤니티 이용료까지 더하면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은 주변 일반 주택보다 30~40% 이상 높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전문 운영사가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상 저소득층이나 사회초년생보다는 고소득 1인 가구 위주로 공급이 편중될 수밖에 없는 '주거 계급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강남구 역삼동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현재 세제 구조와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을 고려하면 기업이 임대료를 낮추면서 수익성을 맞추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형 임대주택이 강남이나 마포처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 구조의 모순⋯"벌금 내고 사업하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공급 규모를 늘리지 못하는 속사정에는 '징벌적 세제'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법인 임대사업자는 주택 취득 시 최고 13.2%의 취득세율을 적용받는다. 임대 사업에 사용할 주택을 매입하는 순간부터 수억 원의 세금이 발생하는 구조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민간 임대주택 사업의 기대 수익률은 연 3~4% 수준이다. 하지만 법인이 주택을 매입할 때 내야 하는 취득세(최대 13.2%)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고려하면 실제 수익률은 연 1%대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대출 금리까지 연 4~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임대 사업을 할수록 비용이 더 커지는 ‘역마진’ 구조에 가까운 셈이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연 임대 수익률이 3~4%인 시장에서 초기 취득세로만 4년 치 수익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어떤 기업이 적극적으로 집을 짓겠느냐"며 "임대용 주택을 투기 목적의 매물이 아닌 '영업용 자산'으로 분류해 세제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공급 물량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고민도 깊다. 기업에 세제 혜택과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자니 '기업 특혜' 논란이 일고, 반대로 임대료 상승률을 강하게 제한하면 민간 자본이 시장을 떠나는 역설이 발생한다. 과거 '뉴스테이(공공지원 민간임대)'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었던 이유도 이 균형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제도 도입 초기 연간 2만 가구를 넘던 민간임대주택 공급량은 임대료 인상 제한(연 5% 이내)과 초기 임대료 규제가 강화된 2020년 이후 연간 5000가구 미만으로 급감했다. 수익성이 낮아지자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등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 참여를 중단하거나 사업지를 매각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기업형 임대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업의 운영 효율과 공공의 제도적 지원이 맞물리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방 한 칸을 빌려주는 사업이 아니라, 세입자의 자산 형성을 돕는 '주거 사다리' 기능을 결합하는 등의 정교한 설계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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