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파장이 번지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심화되자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했고, 그 여파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위험자산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가 급등이 단순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넘어 인플레이션과 금리 전망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로, 연간 5000억 달러 이상의 석유와 가스가 오가는 세계 에너지 운송의 핵심 경로다. 글로벌 원유 공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군사적 긴장이 발생하면 곧바로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상황은 빠르게 악화됐다. 이란은 기뢰 설치나 드론 공격 등을 언급하며 유조선 운항을 위협했고, 시장에서는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연간 5,000억 달러가 넘는 석유와 가스가 오가는 핵심 항로다. [사진=AI 생성 이미지]](https://image.inews24.com/v1/e80ba7f82b0bf4.jpg)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2월 말까지만 해도 WTI와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약 일주일 만에 114달러까지 치솟았다. 상승률로 보면 약 60%가 넘는 수준이다. 시장은 이제 단순히 원유가 얼마나 생산되는지보다, 그 원유가 실제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에 더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원유 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원유이고, 다른 하나는 해협을 지나지 않고도 수출이 가능한 원유다. 여기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도 수출할 수 있는 원유는 머반유(Murban Crude Oil)다. 머반유는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 석유 터미널을 통해 수출되는데, 이 터미널은 호르무즈 해협 밖에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중동 긴장이 커질수록 머반유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재 머반유 가격은 WTI와 브렌트유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며 배럴당 120달러 부근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가격 상승은 단순한 기대감이나 투기적 흐름이라기보다, 정유사들이 실제로 확보 가능한 물량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시장이 체감하는 공급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유가 급등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기업 실적이나 배당 같은 전통적인 가치 평가 기준보다,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자산으로 평가된다. 시장에 자금이 풍부하고 금리 부담이 낮을 때는 상승 탄력이 커지지만, 반대로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우려가 커지면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
유가 급등이 비트코인에 악재로 작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연간 5,000억 달러가 넘는 석유와 가스가 오가는 핵심 항로다. [사진=AI 생성 이미지]](https://image.inews24.com/v1/3f3a47c7866db4.jpg)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경우 금리 인하 기대는 약해지고, 경우에 따라 금리 동결이나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될 수 있다. 결국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 유가가 단기간에 60% 넘게 상승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일부 후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변수는 나스닥과 같은 기술주 중심의 위험자산 시장이다. 비트코인은 최근 몇 년 동안 나스닥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기 때문에,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확산될 경우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유가 상승 충격이 증시 전반으로 크게 번지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의 하락 폭도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유가 급등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원유 공급 여력이 여전히 살아 있고,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일정 시점 이후 완화될 경우 유가도 빠르게 진정될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역시 "유가 급등은 일시적일 것이고, 이란의 핵 위협이 사라지면 유가는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장이 바라보는 방향은 분명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유가를 밀어 올렸고, 그 유가 급등이 다시 인플레이션과 금리 전망을 자극하면서 비트코인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의 향후 흐름도 결국 중동 리스크와 유가 그리고 나스닥의 안정 여부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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