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2007년 지주체제 전환 후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순손실을 기록한 CJ제일제당이 잇단 담합 조사에 휘말리며 초비상 사태에 직면했다.
식품업계 1위 기업으로서 자존심을 구긴 CJ제일제당은 반성의 목소리를 내며 소비자 신뢰 회복에 나서고 대안 모색에 나섰다. 취임 4개월 차인 윤석환 대표의 경영 부담도 한층 커지는 모습이다.

◆설탕 이어 밀가루·전분당 담합 조사⋯과징금 부담 증가
8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설탕, 밀가루, 전분당 등 주요 원재료 3개 품목을 둘러싼 담합 조사와 제재 절차에 연이어 직면했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분 등 제당 3사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설탕 가격을 담합했다며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으로 발생한 매출액은 3조2884억원으로 매출 기준 약 12%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의 과징금은 1506억8900만원으로 3개 회사 가운데 가장 많다.
CJ제일제당은 과징금이 확정된 당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대한제당협회 탈퇴, 임직원의 경쟁사 접촉 금지, 원가 연동형 판가 시스템 도입 등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규모가 더 큰 밀가루 담합 결과 발표도 앞두고 있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을 포함한 제분업체 7곳(대한제분·대선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삼화제분·한탑)의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심의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약 6년에 걸쳐 5조8000억원 규모의 담합을 했다고 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최대 1조16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담합 조사 이후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하하며 대응에 나섰다. 올해 1월 업소용 밀가루 가격을 4% 인하한 데 이어 2월에는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을 5.5% 낮췄고 최근에는 평균 5% 추가 인하 계획도 밝혔다.
전분당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 절차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CJ제일제당과 대상, 사조CPK, 삼양사 등 4개 업체가 담합을 통해 약 6조2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과징금은 최대 1조24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담합 방지책을 내놨지만 잇따른 담합 의혹이 일며 소비자 신뢰 회복도 중요한 해결 과제로 손꼽힌다. CJ제일제당은 과거에도 2006년 밀가루, 2007년 설탕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첫 연간 적자 CJ제일제당…K-푸드 해외 확장 속도
실적 부담도 적지 않다. 지난해 CJ제일제당(대한통운 제외)은 매출 17조7549억원, 영업이익 86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6%, 영업이익은 15.2%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손실 4170억원을 기록하며 2007년 CJ에서 인적분할한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냈다.

취임 4개월차의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는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10일 전 직원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절박한 위기 상황"이라며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파괴적 변화와 혁신'을 통해 완전히 다른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에는 혁신의 일환으로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혁신사무국'을 신설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해 식품·바이오 사업 관리, 재무, 인사 등 임원급 13명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전략 점검과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유럽·오세아니아 등 신성장 지역 사업을 확대하고,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는 시장 지위를 강화한다. 지난해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어선 것은 긍정적이다. 만두, 가공밥, 김치, 김, 누들 등 글로벌 전략 제품(GSP)이 성장을 견인했다.
중장기적으로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건설하고, 올 하반기에는 유럽 헝가리 공장 가동을 추진하며 생산 기반을 확대한다.
소바바치킨에 이어 통새우만두 등 국내 메가 히트 상품의 해외 진출도 확대한다. 일본에서는 치바 공장을 기반으로 원재료 조달과 제품 공급 효율을 높여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만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에 '유럽 K-푸드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공급하고, 향후 비비고 치킨 생산 라인도 추가할 계획이다.
한편 식품업계는 CJ제일제당의 위기를 남일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삼양식품과 오리온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업체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과 고환율 등의 영향이 이어지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합이 반복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식품업계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조차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업계 전반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수 부진과 고환율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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