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한미그룹이 경영권 분쟁 이후 어렵게 구축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다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주사 대주주의 경영 개입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달 말로 예상되는 정기 주총을 앞두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연임 여부 등 주요 안건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왼쪽),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 신동국한양정밀 회장. [사진=한미약품, 한양정밀 제공]](https://image.inews24.com/v1/b6b7fcac68ebb9.jpg)
7일 한미약품그룹에 따르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정기 주총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수년간 매해 3월 마지막 주에 주총을 열어온 전례를 감안하면,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개최될 전망이다.
대주주 신동국 '경영 개입' 논란…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정면충돌
특히 올해 한미약품 주총에서는 박재현 대표의 연임 여부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를 포함해 박명희 전무, 김태윤 한양대 교수, 윤영각 파빌리온자산운용 대표, 윤도흠 차의과학대 의무부총장 등 이사회 5명의 임기는 오는 29일 만료된다.
주총을 앞두고 긴장감이 커진 배경은 전문경영인 체제의 독립성을 둘러싼 대주주와 경영진의 충돌이 공개적으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신 회장이 인사·경영 현안에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이 강조했던 '투명 경영' 방침과 배치된다는 비판이다.
갈등의 발단으로는 팔탄공장 임원의 성비위 사건 처리 과정이 거론된다. 박 대표는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주주 측의 발언과 행동이 내부 구성원에게 상처를 주고 절차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이를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지주사 대주주이자 이사로서 의견을 낸 것일 뿐, 경영 간섭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은 품질과 원가 이슈로도 번졌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 대표 품목인 '로수젯' 원료 변경 문제를 언급하며, 신 회장으로부터 검증되지 않은 저가 원료 사용을 요구받았다는 취지로 공개 질의에 나섰다. 이 사안에 대해 신 회장 측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송영숙 회장, 박 대표에 힘 실어…주총 표대결 가능성에 지분 구도 주목
지배구조 측면에선 지주사의 의결권 향방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로, 표대결이 벌어질 경우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주사 이사회 내부에서도 전문경영 체제 운영 방식을 놓고 온도차가 있다. 이와 관련해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전문경영 체제 유지 입장을 밝히며 박 대표 쪽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주사 이사회 내부에서는 전문경영 체제 운영 방식을 놓고 온도차가 있다. 이와 관련해 오너 일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전문경영 체제 유지 입장을 밝히며 박재현 대표에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왼쪽),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 신동국한양정밀 회장. [사진=한미약품, 한양정밀 제공]](https://image.inews24.com/v1/063461830711d4.jpg)
표대결 구도에서는 송 회장 측이 우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송 회장 지분율은 3.84%다. 장녀 임주현 부회장(9.15%)과 임성기재단(3.07%), 가현문화재단(3.02%)은 송 회장 측 우호 세력으로 평가 받는다. 경영권 분쟁 당시 송 회장과 대척점에 섰던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6.46%를 보유 중이다. 임 대표가 송 회장 측으로 돌아설 경우 우호 지분은 25.54%로 늘어난다. 여기에 라데팡스(9.81%)가 힘을 보탠다면 우호 지분은 35.35%까지 확대된다. 신동국 회장의 지분율은 한양정밀 합산 29.83%다.
약사회까지 로수젯 원료 변경 논란에 안전성 '우려' 표출
대한약사회는 로수젯 원료 변경 논란과 관련해 "원료 변경은 비용 절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의약품 신뢰에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동일 성분이라도 제조 환경과 공정, 품질관리 수준, 불순물 관리 체계에 따라 품질·안전성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취지다.
약사회 관계자는 "2018년 발사르탄 원료 불순물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며 "당시 일부 해외 원료에서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돼 대규모 회수와 처방 변경이 발생했고 의료현장과 환자 모두 큰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원료 선택·관리는 일반 경영 판단과 같은 기준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을 전제로, 불순물 관리 체계를 포함한 제조공정 전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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