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퇴임하는 대법관이다. 그는 "설마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을 마주하며 마음이 무겁다"며 여당 주도의 이른바 '사법개혁 3법'에 대한 우려를 남겼다. 또 "법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야 한다"며 "법관에게 용기라는 덕목이 점점 더 크게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2026.3.3.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e33f63910d4a9.jpg)
퇴임식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렸다. 노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법관은 끊임없이 시대의 변화를 바로 보면서 시대와 호흡을 같이 해야 하고 그 고민의 결과는 우리가 내리는 판결에 투영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에도 포기할 수 없고 지켜내야 하는 핵심적인 가치가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법원의 판결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고 하지만 법률의 해석에는 사법의 본질이라는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법관은 사회적 갈등이 법정 안으로 깊게 들어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누군가 '정치의 사법화는 지금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 결국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면서 "사법의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어느 한쪽의 비난과 공격을 피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 대법관은 "그 가운데서도 법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야 한다"며 "법관에게 용기라는 덕목이 점점 더 크게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법관은 이럴 때일수록 사법부가 본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사명감과 자긍심을 바탕으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 본연의 역할과 책무에 집중하고 신뢰와 지혜를 모은다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사법부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아울러 "제도가 불신 받고 권위가 상처 받는 시대에서, 어느 언론인께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도 상식과 원칙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노 대법관은 사법권의 독립과 국민의 신뢰가 사법부의 디딤돌이지만 사법권 독립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를 추구한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은 아니고,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함께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노 대법관은 경남 창녕군에서 태어났다. 독립유공자 노차갑 선생의 손자이자,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나쁜 사람'으로 지목되었던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동생이다. 36년간 법관으로 봉직하는 동안 '소통형 법관'으로 불리울 만큼 재판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법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양한 재판 경험과 치밀한 법이론을 갖춘 정통 법관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대구 계성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16기로 수료한 뒤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법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고법, 대법원, 사법연수원, 서울중앙지법, 특허법원, 서울북부지법 등에서 근무하다가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20년 3월 4일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조희대 현 대법원장이 2020년 3월 대법관직에서 퇴임했을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그 후임으로 노 대법관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을 때, 노 대법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겸임에 따른 이해충돌을 우려해 스스로 재판에서 회피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김민기(사법연수원 26기) 수원고법 판사 △박순영(25기) 서울고법 판사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노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아직까지 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을 하지 않고 있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대법원 간 조율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 등을 둘러싼 정치권과 사법부의 갈등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공백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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