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진우 기자]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은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비롯됐다. 47억원 손해배상 판결 이후 시민들이 노조 가족에게 작은 정성을 담아 보낸 노란 봉투는, 과도한 손해배상으로 삶이 무너지는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사회적 공감의 상징이었다. 그 취지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은 취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도는 작동해야 하고, 산업 현장 속에서 균형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번 개정의 핵심 쟁점은 제3조, 즉 사용자 범위 확대와 교섭 구조 문제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복수노조 체제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하청 구조까지 포괄적으로 묶을 경우, 현장의 교섭 질서에 상당한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하청업체는 각기 다른 임금체계와 근로조건, 계약 구조를 가진다. 공정도 다르고 경영 여건도 다르다. 이를 충분한 보완 장치 없이 일괄적 구조로 설계할 경우, 상시 교섭과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갈등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그 부담은 결국 가장 취약한 하청노동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
특히 산업도시의 현실은 더욱 복합적이다. 포항은 대한민국 대표 철강기업인 포스코를 중심으로 다층적 협력업체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구도심에는 수많은 하청노동자와 가족들이 삶의 터전을 이루고 있다. 제도의 미세한 변화가 곧 생계의 문제로 직결되는 구조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우려가 사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는가.
입법을 주도한 정치권은 법 시행 이후 나타날 산업 구조상의 충돌 가능성까지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가 실제 제도 설계 단계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되었는지는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시행령과 관련한 우려가 제기된 점은 결코 가볍지 않다.
2300만 노동자의 삶은 정치적 구호의 대상이 아니라 치밀한 제도 설계의 영역이어야 한다. 노동존중은 산업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 위에서만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법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하청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해 보완 입법에 나설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법을 무력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실효성과 현장 수용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산업 전환기일수록 법과 제도는 더욱 정밀해야 한다. 보호받아야 할 이들이 오히려 혼란 속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정치의 책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재설계다. 노동존중은 구호가 아니라 구조이며, 균형 위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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