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정부가 대형병원의 ‘3분 진료’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시범사업’이 내년까지 연장됐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제도 설계의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를 중심으로 단순한 ‘시간 늘리기’식 진찰보다는 AI(인공지능) 기반 신의료기술 도입과 다학제 진료(Multidisciplinary Care)의 전면 확대가 중증 환자 치료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종합병원협회 관계자는 최근 “중증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 한 명과의 긴 대화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학계 보고에 따르면 암 환자를 대상으로 다학제 진료를 시행했을 때 환자의 5년 생존율이 단독 진료 대비 약 10∼15% 이상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자의 94%가 다학제 진료 후 치료 계획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의사 한 명이 15분을 보는 것보다 5명의 전문의가 15분간 집중 토론하는 것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훨씬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급격히 발달한 AI 기반 신의료기술은 심층진찰이 가진 ‘시간적 물리력’의 한계를 보완할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예컨대 췌장암으로 의심되는 환자 A씨에 대해, 과거에는 췌장암 진단을 위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수백 장의 CT를 육안으로 판독하고 내과 전문의와 소견을 나누는 데 며칠이 소요됐다.
하지만 최근 도입된 AI 판독 보조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1분 내에 미세한 암 병변을 찾아내고 병기를 예측한다. AI가 분석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학제 팀이 즉각적인 수술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진료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면서도 정확도는 98%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환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상급종합병원까지 가는 이유는 최고 전문가들의 협업을 보기 위함이지, 교수님 한 명과 오래 상담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근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 대표회장은 “현재의 심층진찰 수가는 의사 개인의 시간에 대한 보상에 치우쳐 있다”며 “정부는 AI 의료기기 도입 비용을 지원하고, 다학제 진료에 참여하는 다수 전문의의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협진 수가’ 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또한 디지털 의료 대전환 시대를 맞아 “AI기반 기술이 지역 거점종합병원에 속속 도입되면서 지금까지 교수 등 특정 인적 인프라로 지지돼오는 대학병원 진료시스템 위주의 의료정책 수립에서 벗어나 병원의 종별과 상관없이 AI기반 기술을 기반한 지역 거점종합병원들도 ‘다학제 협력진료 등 의료개혁 프로그램과 그에 따른 지원정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복지부와 국립대학병원들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지역 및 필수의료 활성화’도 대학병원 위주의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방식이 아니라 대학병원과 지역 거점종합병원들이 대등한 위치인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방식의 수평적 네트워크 구축이 더 효율적이라고 제시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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