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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복되는 대형 산불, 국가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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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중심 통합 시스템으로의 근본 전환이 시급하다"
박환기 전 경남 거제부시장/미래도시전략연구원장

경남 산청 대형 산불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함양에서 또 산불이 발생했다. 지리산 자락의 급경사 능선을 따라 불길이 확산되면서 초기 대응의 한계가 드러났다.

반복되는 장면은 우연이 아니다. 구조적 취약성이 누적된 결과다. 현장의 헌신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의 산림 자원인 숲은 탄소를 흡수해 기후를 완충하고 수자원을 저장하며 토양을 지키는 국가의 생태 안전망이다. 동시에 수많은 생물의 서식처이자 지역 공동체의 삶을 떠받치는 기반이다. 산불로 숲을 잃는다는 것은 나무 몇 그루가 타는 일이 아니라 환경과 경제, 공동체의 토대가 무너지는 일이다.

최근 3년 산림청 통계는 이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2023년에는 596건이 발생해 4992헥타르(ha)가 소실됐다. 2024년에는 279건, 132헥타르로 감소했지만, 2025년에는 459건의 산불로 10만5099헥타르가 소실되며 피해 면적이 급증했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 피해 면적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건수의 증감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형화'다. 한 번 불이 나면 통제하기 어려운 초대형 산불로 번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2월 10일 기준 산불 89건, 피해 면적 247.14헥타르가 집계됐다. 연초부터 이어지는 산불은 대형 산불 위험이 더 이상 예외적 재난이 아님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는 분명 산불 위험을 키우고 있다. 고온과 건조, 강풍은 화선을 밀어 올리고 산불 확산 속도를 가속화한다. 그러나 같은 기상 조건에서도 피해 규모는 다르게 나타난다. 차이는 자연이 아니라 대응 체계에 있다. 산불은 자연에서 시작되지만 피해의 크기는 준비된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산불의 상당수는 사람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소각, 담뱃불, 작업 중 불티 등 관리 가능한 요인이 반복된다. 작은 불씨는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불씨가 대형 재난으로 번질 때까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기 접근이 늦고, 지휘 체계가 분산되며 산림 연료 관리가 미흡하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환경 보전을 이유로 방재 임도 확충이나 완충지대 조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에 길을 내는 것은 훼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 번의 대형 산불로 수만 헥타르가 타버리면 그 피해는 임도 몇 킬로미터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숲이 사라지면 토양은 빗물에 쓸려 내려가고, 동식물 서식지는 붕괴된다. 산사태 위험은 커지고 복구에는 수십 년이 걸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곧 보전은 아니다. 관리하지 않은 숲은 연료가 쌓여 더 큰 불을 부를 수 있다. 방재를 위한 최소한의 시설과 정비는 개발이 아니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안전 장치다.

환경을 지키는 길은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환경 보호와 방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정책이다.

해외는 이미 방향을 전환했다.

핀란드는 방재 목적의 임도망을 체계적으로 유지해 초기 접근을 제도화했다. 미국은 기상·지형·식생 데이터를 통합한 확산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대응을 설계한다.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는 숲에 쌓인 가연성 물질을 정비하고 간벌해 불이 크게 번지지 않도록 하며, 마을과 산림 사이에 완충지대를 둔다.

호주는 드론과 위성 감시로 작은 발화를 조기에 탐지하고 통합 지휘 체계로 대응을 일원화한다. 공통점은 산불을 '진화'의 문제가 아니라 '예방과 관리'의 문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우리 역시 선택해야 한다. 현장의 희생과 헌신에 계속 의존할 것인지, 아니면 구조를 바꾸어 피해 자체를 줄일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 산불 취약 능선을 중심으로 제한적이고 정밀한 접근 체계를 마련하고, 주거지 인접 산림의 연료 관리 정책을 제도화해야 한다.

조기 감지 시스템과 통합 지휘 플랫폼을 구축해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개발 확대가 아니라 공공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설계다.

산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는 줄일 수 있다. 반복되는 대형 산불을 기후 탓으로만 돌리는 순간 구조 개혁은 멈춘다. 우리가 설계하지 않은 시스템은 또 다른 잿더미를 남길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산청과 함양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지켜보며 더 이상 위로의 말을 기다리지 않는다. 다시는 삶의 터전을 잃지 않는 체계, 현장의 희생에만 의존하지 않는 구조,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작동하는 국가 시스템을 요구한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다.

반복되는 대형 산불 앞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장비가 아니라 더 나은 설계다. 이제는 사후 수습을 넘어 예방 중심의 통합 대응 체계로 근본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산을 지키고 사람을 지키는 길이다.

* 본 기고는 아이뉴스24의 편집기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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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기 전 경남 거제부시장/미래도시전략연구원장. [사진=본인 제공]
/창원=임승제 기자(isj20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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