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흔들리던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첫 구조조정 모델이 가동된다. 정부는 대산산단을 석유화학 구조개편 첫 사례로 승인하고 최대 2조원 규모 금융 지원과 세제 감면, 기업결합 심사 단축· 전기요금 감면 등을 포함한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가동한다.

산업통상부는 HD현대오일뱅크(이하 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하 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이 제출한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승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로드맵에 따른 첫 번째 사업재편 승인 사례다.
사업재편계획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대산 사업장을 분할한 후 현대케미칼과 합병해 나프타분해설비(NCC) 및 다운스트림 설비를 통합 운영한다. NCC 110만t이 감축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주주사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통합 신설법인에 각각 6000억원 씩 총 1조 2000억원 규모의 증자에 나선다.
이에 따라 현대케미칼의 지분구조는 기존 6:4에서 5:5로 조정된다. 향후 기업 간 합병 관련 계약체결 및 이사회 승인, 기업분할 및 합병절차 등을 거쳐, 통합법인 설립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사업재편 기간은 3년이다.
금융·세제·규제 완화 총동원…'맞춤형 지원 패키지' 가동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대산 1호 사업재편 기업이 제출한 건의과제를 검토 후 금융·세제·인허가 합리화·가격경쟁력 제고·지역경제 및 고용·기술개발 등 맞춤형 지원패키지를 마련했다.
우선 경영여건 악화로 설비통합 및 고부가 전환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채권금융기관은 신규 자금지원(최대 1조원) 및 영구채 전환(최대 1조원)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더불어 세제 감면책도 병행된다. 기업 분할·합병 및 자산의 취득 등 사업재편을 위한 구조변경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련된 지방세 부담을 완화하고, 설비가동 중단 및 자산매각 등과 관련된 법인세 부담을 경감한다. 이에 따라 지방세는 75~100%까지 감면될 전망이다.
또 원활한 사업재편 추진을 위해 당초 120일에서 90일로 기업 결합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 이와 관련한 공정거래법상 특례를 추진한다. 사업재편 이전에 취득한 인·허가 사항을 다시 취득해야 할 경우 관련 절차 완료 전까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인·허가 절차를 합리화한다.
원가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사업재편 기업의 전기·열·LNG·원료 등 유틸리티 및 원자재 비용 부담을 완화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석화업계가 요청했던 전기요금의 경우 분산특구제도를 활용해 한전 대비 4~5% 저렴한 전기요금이 적용된다.
또 원유 및 납사 무관세 기간을 연장하고 납사 제조용 원유 할당관세 적용범위를 확대한다.
아울러 지역의 산업·고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유지 지원금 지급 요건도 완화한다.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고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한다.
이 밖에 사업재편승인 기업이 요청한 고부가 기술개발을 올해부터 신속 지원하고, 중장기 고부가·친환경 전환을 위해 7대 주력산업 연계 첨단소재 개발, AI 기반 소재설계 및 공정 혁신, 바이오 기반 원료 전환 등 대규모 기술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설비 통합·수직계열화로 공급과잉 해소…고부가 체질 전환 본격화
산업부는 사업재편에 대한 효과로 대산산단내 공급 과잉이 완화되고 고부가 친환경 중심으로 사업 체질이 전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업재편 기간 동안 에틸렌 생산 설비 1개소(110만톤 규모 롯데케미칼 NCC) 가동 중단 및 수익성이 낮은 범용 다운스트림 설비 가동축소를 통해 공급과잉 상황을 완화하고, 나머지 설비의 가동률을 높여 설비 효율성을 제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통한 운영효율 향상도 기대된다. 정유-석유화학 분야가 원료공급→생산→판매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료 수급 안정성, 원가 경쟁력 제고 등 운영효율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은 통합법인 설립 이후 범용제품 수출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부가·친환경 중심으로 재편한다. 기존 범용제품 생산공정에 고도화된 기술을 접목시켜 전선·케이블 등에 사용하는 고탄성 경량소재 생산을 비롯해 이차전지 충·방전 성능 핵심소재인 전해액용 유기용매 생산 등을 추진해 기업의 사업 체질 전환을 조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후속 재편 속도전…특별법·생태계 포럼으로 제도 기반 구축

정부는 대산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계기로 울산산단과 여수산단 등 후속 프로젝트의 사업재편 작업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민관협의체를 통해 지난해 12월 기업이 제출한 프로젝트별 사업재편안을 신속하게 보완해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
또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예외적 허용기준 및 세부 절차,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인·허가 승계 및 절차 간소화 근거 등을 규정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신속하게 추진한다.
아울러 3월 중으로 '화학산업 생태계 포럼'을 발족하고 올해 상반기 중 '화학산업 생태계 종합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산업부는 대산 1호 지원패키지를 발표한 이날 '사업재편기업 CEO 간담회'를 서울 강남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서 개최하고 지원패키지 주요 내용과, 원활한 사업재편 이행을 위한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첫 번째 사업재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준 기업들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고, 사업재편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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