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은 그야말로 피지컬 AI의 향연이었다.
가정 내 모든 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AI 로봇,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 공장 자동화를 위한 산업용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미래 모빌리티가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마테오 마라비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APAC AI 역량센터장. [사진=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https://image.inews24.com/v1/fd626ff4f07749.jpg)
CES 2026이 보여준 것은 명확했다. ChatGPT로 시작된 생성형 AI 혁명이 이제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며 '피지컬 AI' 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범용 로보틱스의 ChatGPT 시대가 눈앞에 있다"고 말한 것은 단순한 전망이 아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에서 AI가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대가 현실이 됐다.
진화의 변곡점: 소형 언어모델과 자율적 시스템의 등장
피지컬 AI의 진화는 단순히 기술 발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초기 AI는 정해진 작업만 수행하는 수동적 시스템이었다. 생성형 AI는 사람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가능케 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피지컬 AI는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상황을 판단하며, 물리적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행동하는 자율적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진화를 가능케 한 것이 소형 언어모델(SLM)의 등장이다. 2024년 이후 소형 모델들이 대중화되면서 스마트폰이나 로봇에서도 생성형 AI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됐다.
기업의 고유 데이터와 개인의 맥락을 이해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화려한 미래에 가려진 ‘에너지 청구서’
하지만 이 화려한 미래 뒤에는 막대한 환경적 비용이 숨어있다. GPT-4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 7.2GWh의 전력이 들어가며, 이는 중소도시 하루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다.
메타의 LLaMA-3학습에는 2,200만 리터의 물이 소모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20년 대비 7배 늘어날 것으로 경고한다. AI의 미래는 더 이상 기술 발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해답은 ‘엣지(Edge) AI’와 반도체 혁신
지속가능한 AI를 위한 해답은 AI를 클라우드에서 현장(Edge)으로 옮기는 것이다.
2030년이 되면 전 세계에 290억 개의 사물인터넷 기기가 존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모든 기기가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 처리한다면 에너지 낭비는 물론 네트워크도 마비될 것이다.
대신 데이터가 생성되는 바로 그 자리에서 AI가 작동한다면 에너지 효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반응 속도도 빨라진다. 이것이 바로 엣지 AI다.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반도체 혁신이다.
기존 컴퓨터는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분리되어 있어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낭비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메모리 자체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인메모리(In-Memory) 컴퓨팅'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100배 이상 향상시키는 혁신이다. 이는 단순히 성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AI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반도체 성장의 엔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이런 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약 380억 달러(한화 약 5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수십 개의 제어 칩이 들어가며, 관절을 움직이고, 주변을 인식하고, 거리를 측정하고, 전력을 관리하는 모든 과정에 첨단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
딜로이트 인사이트(Deloitte Insights)에서 발표한 ‘2025 반도체 산업 전망’에 따르면 AI 성장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은 2030년까지 1조 달러(한화 약 1450조원), 2040년까지 2조 달러(한화 약 29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한다.
결론: 지속가능한 혁신을 향해
이러한 피지컬 AI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율성, 실시간성, 맥락 인식, 보안, 신뢰성 등 많은 조건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비용이 합리적이며, 대규모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환경을 파괴하는 기술은 아무리 뛰어나도 미래가 없다. 반도체 산업이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칩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이유이다.
피지컬 AI 시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문제는 이 변화를 얼마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끌어가느냐이다.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거대 모델이 아닌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만큼만 작동하는 분산형 지능.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계산이 필요한 바로 그 자리에서 처리하는 효율적 구조.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AI의 모습이다.
/마테오 마라비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APAC AI 역량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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