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자신이 키우던 대형견을 전기자전거에 묶은 채 달리게 해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여름철 고온 속에서 목줄 조임 상태를 살피지 않고 쓰러진 뒤에도 적절한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유죄로 판단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3단독 윤혜정 부장판사는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58)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200시간, 동물학대 예방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22일 오후 7시 52분쯤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천안천 산책로에서 자신이 기르던 대형견 ‘파샤’를 전기자전거에 매달고 약 1시간 가량 달리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낮 최고기온이 32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 파샤는 힘을 줄수록 조여드는 목줄에 묶여 달렸고 발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를 목격한 시민들이 제지해 A씨의 행동은 멈췄지만 그는 별다른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파샤는 구조대에 의해 보호소로 옮겨졌으나 결국 질식과 열사병 증세로 숨졌다. 산책로에는 800m 넘는 구간에 핏자국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부장판사는 “기온이 높은 여름밤 목줄을 채운 채 운동을 시킬 경우 목조임 정도를 주기적으로 확인했어야 한다”며 “피해 견이 두 차례 주저앉았는데도 물조차 제공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또 “피를 많이 흘리며 거품을 물고 쓰러진 뒤에도 주변 행인들과 말다툼만 했을 뿐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잘못을 부인하고 타인을 비난하는 태도도 보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확정적 고의로 보기는 어렵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이 알려지자 동물보호단체는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며 반발했다. 천안의 한 동물권 시민단체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사실상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에 집행유예는 생명 경시를 부추기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법원이 동물학대 범죄에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단체 활동가는 “전기자전거와 같은 위험한 방식의 산책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금지 기준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반려동물 보호 의무와 안전한 산책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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