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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vs 롯데건설⋯성수4구역서 누가 웃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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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접수마감 결과 이변 없이 양자대결로 압축⋯"한남 데자뷰"
한강변 국평 예상 분양가 '50억'⋯강북 재개발 '바로미터' 평가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유찰이 잦은 최근 정비사업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자금력과 의지를 모두 갖춘 대형 건설사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성수라고 봅니다. 벌써부터 국평 예상분양가가 '50억원'까지 거론되는 이곳을 어느 회사가 시공하게 될지 관심이 높아요." (성수동 공인중개사 A씨)

성수동 한강변 재개발의 '최대어'로 꼽히는 성수4지구 시공사 입찰이 9일 마감되면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 구도가 윤곽을 드러냈다. 현장에서는 "이변은 없었다"는 반응과 함께 "한남2구역 이후 다시 한 번 같은 구도의 경쟁이 성사됐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3월 말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성수4지구의 결과가 위축된 정비사업 시장 속에서 향후 강북권 한강변 재개발의 분위기와 기준을 가늠할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개발 본격화를 앞둔 성수4지구 일대. [사진=김민지 기자]
재개발 본격화를 앞둔 성수4지구 일대. [사진=김민지 기자]

설 연휴를 앞두고 성동구 아파트 매물 증가율이 서울 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가늠하려는 현장의 시선이 한강변 핵심 입지로 쏠리고 있다. 특히 선호지역 압구정 맞은편 한강변 '노른자 땅'을 품은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관심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성수동에서 10년 넘게 중개업을 해왔다는 공인중개사 A씨는 "한강변과 가장 가까운 4지구는 시공사들 사이에서도 눈높이가 특히 높은 사업지"라며 "최근 정비사업 전반에서 유찰(입찰무산)이 반복되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성수는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입찰 초기부터 특화 설계와 사업 조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실상 '올인'에 가까운 전략을 펼쳐왔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정비사업에서 맞붙는 것은 2022년 9월 한남2구역 재개발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시에도 '대박 입지'로 평가받던 사업지에서 경쟁을 벌였던 만큼, 이번 성수4지구 수주전 역시 정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9일 공개한 사업 설계안을 통해 단지명으로 '더성수(THE SEONGSU) 520'을 제안했다. 한강과 서울숲, 성수 일대의 도시 맥락을 통합적으로 해석한 설계를 바탕으로, 해당 단지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국내외 최고 설계사 글로우서울·마이어 아키텍츠·아룹·그랜트 어소시에이츠 등과 손잡고 내부 공간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다.

다만 대우건설은 입찰 과정에서 불법 개별 홍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성수4지구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30일 대우건설 대표이사 앞으로 '시공사 선정 입찰지침 위반(부정한 개별홍보)에 따른 엄중 재경고'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 측은 "시공사 선정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행정·법적 조치와 입찰 평가상 불이익 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다.

롯데건설 역시 재무 여력과 기존 단지 하자 논란이라는 약점을 동시에 지적받고 있다. 지난해 말 고금리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수혈에 나선 사실 등이 알려진 바 있다. 롯데건설은 단지명으로 '성수 르엘'을 제안하고 세계적인 구조설계 전문회사 레라(LERA)와 협업해 초고층 한강변 랜드마크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성수4지구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롯데건설의 신용도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며 "성수4지구처럼 공사비 규모가 큰 사업은 끝까지 끌고 갈 체력이 중요한 만큼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자금 조달 능력과 향후 리스크를 함께 따져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써밋과 르엘 모두 이미 검증된 브랜드임을 고려할 때 결국 추가 이주비나 분담금 조건, 안전, 실질적인 혜택에서 누가 더 효율적이고 치열하게 나올지가 관건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재개발 본격화를 앞둔 성수4지구 일대. [사진=김민지 기자]
최근 60억 가까이에 거래되는 트리마제 성수. [사진=김민지 기자]

치열한 경쟁구도가 성사된 배경에는 성수4지구가 지닌 입지적·상징적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수4지구는 압구정을 마주한 한강변 입지에 성수동이라는 지역 상징성까지 더해진다. 성수동1가 일대에 수천 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총 공사비만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인데다가 일반분양 물량도 적지 않은 점이 대형 건설사들간 경쟁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인근 시세는 이미 그 가치를 방증해주고 있다. 올해 초 기준 서울숲 인근 트리마제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주요 단지에서는 전용 84㎡가 30억~40억원대에 거래되고 있으며, 인근 노후 아파트 단지들 역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성수4지구가 본격적으로 개발 궤도에 오를 경우, 성수 일대 주거 지형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도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토대로 시장에서는 입지 프리미엄과 한강 조망 효과를 반영해 50층 이상 가구는 일반분양가가 40억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다만 분양가 수준은 향후 층수 계획과 분양 시점의 시장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성수4지구를 둘러싼 기대감 이면에는 정책과 정치 일정에 따른 인근 집값에 대한 불확실성도 현장에서 함께 거론된다. 특히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비사업 관련 정책 기조가 다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시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성수동 재개발은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35층 층수 제한'에 가로막혀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전례가 있다. 이후 오세훈 시장 취임과 함께 높이 규제가 완화되며 사업이 다시 속도를 냈지만, 향후 시장 교체 여부에 따라 정비사업 정책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개사 B씨는 "4구역은 국내 최초로 높이 250m에 달하는 초고층 재개발에 대해 통합심의를 받는 사업지"라며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이곳 개발은 정책 변화에 따라 집값변화·시공과정등에 주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대규모 정비사업은 입지 못지않게 정책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공급 기조가 유지되더라도 세부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 심리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본격화를 앞둔 성수4지구 일대. [사진=김민지 기자]
성수4지구의 시공사선정 입찰이 9일 마감됐다. 성수동 한강변 일대(1~4지구)는 최고 50층 이상, 250m 높이의 초고층 주거단지(약 9428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사진은 성수전략정비구역 조감도. [사진=성수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번 입찰은 더욱 이례적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까다로워진 입찰 조건이 맞물리면서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정비사업과 대형 공공 공사 입찰이 잇따라 유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사업성이 조금이라도 낮다고 판단되면 건설사들이 아예 수주를 포기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며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건설사들이 이러한 이유로 발을 빼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규모 국책 해상 토목사업인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경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공사 기간과 기술 설계안을 둘러싼 이견으로 국토교통부와 협의에 실패하며 사실상 사업을 포기했다.

총사업비 8470억원 규모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4가 도시환경정비구역도 도보 역세권 입지임에도 올해 두차례 진행된 시공사 입찰에서 사업성 저하 등을 이유로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에 더해, 잇따른 입찰 실패로 '수의계약(입찰경쟁 없이 상대를 임의선정하는 계약)'으로 시공사를 확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4차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지하 3층~지상 48층, 1828가구 규모로 총 공사비가 1조원을 넘지만, 1·2차 입찰 모두 단독 참여로 유찰되면서 결국 수의계약 방식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지난해 2월 계약이 이뤄졌다.

서울 송파구 송파한양2차 재건축 사업도 지난해 두 차례 진행된 시공사 입찰에서 GS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며 모두 유찰됐다. 이후 조합은 수의계약 절차로 전환했고, 올해 2월 GS건설이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도시정비법상 수의계약은 시공사 입찰에 2곳 미만이 참여해 유찰로 간주된 후 동일 조건으로 재입찰 이후에도 단독 입찰이 반복될 경우 체결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경쟁입찰을 꺼리거나 빠르게 수의계약을 요구하면서 조합과의 갈등이나 사업 일정 지연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의 배경으로 건설 경기 전반의 악화를 꼽는다. 중개사 B씨는 "시공권 수주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입찰 과정에서 투입되는 홍보·마케팅·인력 비용도 상당하고 금리 부담도 있기 때문에 무리한 경쟁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이른바 '선별 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 건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불황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수4지구에 대형 건설사 두 곳이 동시에 입찰에 참여했다는 점은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반응이다.

B씨는 "요즘 판에서는 입찰 자체가 성사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성수4지구와 나머지1·2·3구역도 입지와 분양성, 상징성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건설사들이 경쟁을 통해서라도 수주를 하려고 한 몇 안 되는 사업지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뚝섬역 인근 공인중개사 C씨는 "요즘 시장에서 대형사 두 곳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동시에 들어와 확실한 입장을 취하는 건 드문 일"이라며 "누가 이기느냐보다, 누가 끝까지 들어올 수 있었느냐와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더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성수4지구를 둘러싼 기대감은 인근 개발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성수동 일대는 이미 주거·업무·문화 기능이 결합된 지역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으며, 한강변 정비사업은 그 변화의 정점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성수1지구는 오는 20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할 예정으로, 지하 4층~지상 최고 69층, 17개 동, 총 3014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다. 총 공사비만 약 2조1540억원에 달해 성수전략정비구역 가운데 사업 규모가 가장 크다.

C씨는 "성수4지구는 단지 하나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성동구 한강변 재개발의 상징처럼 여겨진다"며 "이곳의 결과가 향후 다른 정비사업의 기준선 역할을 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성수4지구 조합은 오는 3월 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성수4지구의 결과가 향후 강북권 한강변 재개발 사업 전반의 분위기와 기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사업지에서의 수주 결과와 조건이 다른 정비사업의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비사업 시장의 위축 속에서도 끝까지 경쟁이 성사된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성수4지구가 남길 메시지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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