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9351억원 승부수가 통했다. 한때 '고가 인수' 논란과 '승자의 저주' 우려를 낳았던 코스알엑스(COSRX)가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실적을 견인하며 화려한 반전 드라마를 썼다.
9일 IR 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62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5% 증가한 수치로, 3년 만에 매출 4조원 고지를 탈환하며 '4조 클럽' 재입성에 성공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입구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https://image.inews24.com/v1/1b010fdf20726e.jpg)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은 3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6% 급증했다. 2019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이익이다. 국내 사업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 감소하며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보였지만, 해외 사업에서 이익이 102% 폭증하며 이를 상쇄했다.
북미 중심의 '탈(脫)중국' 전략이 적중한 결과다. 미주 매출액은 6310억원으로 전년보다 20.3% 늘며 중화권(5124억원)을 앞질렀고, 유럽·중동(EMEA) 지역에서도 매출이 41.5% 뛰었다.
서구권에서 퀀텀 점프를 이룬 비결은 코스알엑스의 활약 덕분이다. 코스알엑스는 라네즈, 에스트라 등과 함께 미주와 EMEA 시장 흥행을 주도한 주인공이다. 미국 아마존 '페이셜 세럼' 부문 1위를 수성한 데 이어, 영국 '부츠(Boots)'와 독일 '더글라스(Douglas)' 등 유럽 핵심 채널을 장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유통 체인 '샤프란(Saffron)'에서도 입점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중동 시장의 'K-더마' 열풍을 이끌고 있다.
서구권에서의 화려한 부활로 시장의 싸늘한 시선을 단숨에 잠재운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두 단계에 걸쳐 총 9351억원을 투자해 코스알엑스 지분 93.2%를 인수했다. 2021년 1차 지분 확보(38.4%) 후 2023년 잔여 지분(54.8%)을 사들일 때, 기업 가치를 2년 만에 3배 높게 평가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우려는 지난 2024년 2분기 실적에서 극에 달했다. 글로벌 유통망 재정비와 재고 조정 여파로 코스알엑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521억원) 대비 23.6% 급감한 398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견조할 것 같던 분기 영업이익 500억원 선이 무너지자, 일각에선 성장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피크아웃(Peak-out)'이 시작됐다는 회의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코스알엑스는 유통 구조 재정비를 마친 뒤 지난해 하반기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로 복귀하며 의구심을 실적으로 잠재웠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500억원 선을 회복하더니, 3분기까지 누적 163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한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단단한 '이익 체력'이다. 코스알엑스는 지난해부터 30%대 영업이익률을 회복하며 그룹 전체의 이익 체력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화장품 대기업의 이익률이 1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결과적으로 이번 실적은 아모레퍼시픽의 9351억원 선제적 투자가 실질적인 미래 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가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코스알엑스에 대한 재평가(Re-rating)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우려 요인이었던 코스알엑스의 수익성이 빠른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도 코스알엑스를 필두로 한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코스알엑스는 유통 재정비를 마무리하고 4분기부터 매출 성장세로 전환했다"면서 "신속한 글로벌 신규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핵심 시장 집중 육성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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