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정부의 강도 높은 약가 인하 개편안을 둘러싸고 제약 업계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이 꾸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노동계와 의약품 유통단체까지 합류하면서, 약가 인하의 파급 효과와 보상책을 놓고 정부와 업계의 공방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원들이 29일 오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서울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5.01.29 [사진=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제공]](https://image.inews24.com/v1/8701c16f1962cd.jpg)
8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화학노련)은 정부의 약가 인하 중심 제도 개편이 연구개발(R&D) 투자 위축과 산업 경쟁력 약화, 고용 불안, 보건안보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비대위 참여를 결정했다.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도 가세했다. 약가 인하 여파로 유통 업계의 비용 구조와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주고,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호영 회장은 "약가가 내려가면 의약품 유통 산업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며 "정부는 제약사, 노동계, 유통사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 핵심은 제네릭(복제약) 등 의약품 가격을 기존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0%대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효율을 높이고, 제도 전반을 혁신 R&D(연구개발) 중심으로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최종안을 의결한 뒤 7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복지부는 대신 R&D 투자 비율이 높거나 혁신형 제약 기업으로 평가되는 경우, 인하된 기본 약가보다 더 높은 수준을 인정해주는 '우대 가산'을 차등 적용하고, 적용 기간도 3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에 기여하거나, 수입 의약품을 국내 생산으로 전환하는 기업에도 가산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원들이 29일 오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서울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5.01.29 [사진=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제공]](https://image.inews24.com/v1/51a6d18e7c270b.jpg)
다만 비대위는 혁신형 제약 기업이나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 우대 가산을 주더라도 약가 인하 충격을 충분히 상쇄하기 어렵다고 본다. 가산 기간 등 제도 설계의 실효성이 낮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소·중견 제약사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비대위는 2024년 기준 약품비 규모와 제네릭 비중, 예상 인하율 등을 정부 개편안대로 대입해 산정해보면, 국내 제약 업계의 연간 매출 손실은 최대 3조6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반면 복지부는 약가 인하로 인한 손실 규모가 업계 추산치보다 크게 낮을 것이라는 초기 분석을 내부적으로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기준과 대상을 놓고 손실을 산정했는지 공개되지 않아 검증이 어렵다"며 "산업계가 사용하는 지표와도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민관이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협의 기간을 두고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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