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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이 랜드마크로⋯장안동 '유휴부지'의 반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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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깨진 유리창' 신세 중랑천변 동부화물터미널 개발계획 확정
39층 주상복합에 임대주택까지⋯주거·생활 인프라 '두마리 토끼'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여기가 예전엔 트럭만 오가던 곳이잖아요. 밤엔 조용하다 못해 무섭던 동네였고요. 이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개발계획이 확정된 동부화물터미널 터. 현장엔 펜스가 처져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개발계획이 확정된 동부화물터미널 터. 현장엔 펜스가 처져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동부화물터미널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개발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20년 넘게 혐오시설 이미지로 묶여 이른바 '깨진 유리창'처럼 인식되던 대형 물류부지가 주거·문화·녹지를 품은 복합단지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감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1·29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도심 내 유휴부지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한 만큼, 장안동 동부화물터미널을 비롯한 동북권 주요 부지의 개발에 따른 변화가 주목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동부화물터미널 지구단위계획 및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 장안동 283-1번지 일대에 위치한 이 땅은 최고 39층 규모의 주상복합과 문화·여가 시설, 지하 물류시설이 결합된 복합단지로 개발된다. 2027년 착공해 2031년 준공이 목표다.

장안동에서 10년 넘게 중개업을 해온 A씨는 "여긴 예전부터 트럭 소음, 분진 때문에 주거지로서 인식은 별로 좋지 않았던 곳"이라며 "그래서 더 오랫동안 방치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개발 방식 자체가 예전과 다르다 보니 개발계획에 신뢰가 가고, 그래서 동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변경안의 핵심은 개발 규모를 줄이는 대신, 공간의 질을 높였다는 점이다. 기존 평균 용적률 565%에서 433%로 개발 밀도를 낮췄고, 주거지와 맞닿은 후면부의 고층 개발을 대폭 축소했다. 대신 지상에는 약 7000㎡ 규모의 대형 입체녹지를 조성한다. 중랑천 입체보행교와 연결되는 이 녹지는 시민에게 전면 개방돼 사실상 중랑천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진입로 역할을 하게 된다.

개발계획이 확정된 동부화물터미널 터. 현장엔 펜스가 처져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동부화물터미널 터에선 중랑천이 지척이다. [사진=김민지 기자]

A씨는 "예전엔 중랑천이 가까워도 체감이 안 됐는데, 이제는 집에서 바로 내려와 걸을 수 있게 바뀐다"며 "산책 동선이 편리해지면 상권도 같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거주 문의에서 '뷰'보다 '동선'을 묻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개발 대상지는 약 1만8000㎡, 지구단위계획구역 전체로는 약 2만7000㎡다. 기존 유통상업지역에서 유통상업·준주거 복합 용도로 전환되며, 지하에는 최신식 물류시설을 100% 지하화해 배치한다. 지상에는 주거시설과 함께 근린생활시설, 문화·여가 공간이 들어선다. 주거시설에는 임대주택 76가구도 포함되는데 신혼부부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쓰일 계획이다.

장안동에서 신혼부부 고객을 주로 상대한다는 B씨는 "이 일대는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가 드물어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며 "임대와 분양이 함께 들어오면 신혼부부나 가족단위보다 수요층이 훨씬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발계획이 확정된 동부화물터미널 터. 현장엔 펜스가 처져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펀스테이션'과 같은 계열인 지하철 여의나루역에 개장한 러너들의 공간, '러너스테이션'에는 러닝 맞춤형 시설과 공간이 기획돼 있다. [사진=서울시]

이번 사업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공공기여 규모다. 전체 사업비의 약 20%가 넘는 613억원이 공공기여로 투입된다. 동대문구가 운영할 복합문화시설과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체육·문화 공간 조성에 쓰인다. 특히 중랑천 인근에 들어서는 '펀스테이션'은 민간 개발사업에 처음 적용되는 사례로, 러닝·자전거 이용객을 위한 휴식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중랑천을 따라 조깅을 즐긴다는 인근 주민 나모씨는 "중랑천은 늘 이용하지만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며 "시설이 생기면 생활 패턴 자체가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화물터미널 개발은 장안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동북권 전반에서 유휴부지를 주거와 산업, 생활 거점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노원구 태릉CC에는 6800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들어서고, 동대문구 홍릉 일원에는 주택과 연구개발 특구가 결합된 복합 개발이 추진된다. 도봉구 쌍문동, 성동구 성수동 일대 국공유지도 신속 공급 대상에 포함됐다.

중개사 B씨는 "예전엔 동북권 개발 얘기 나오면 계획만 많다는 반응이었는데, 요즘은 '언제 착공하느냐'부터 묻는다"며 "체감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장안동 일대에서는 중랑물재생센터 지하화와 상부 공원화 사업, 옛 구민회관 부지 복합문화시설 조성 등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한때 혐오시설로 인식되던 공간들이 생활 인프라로 재편되며, 중랑천을 중심으로 한 생활권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개발계획이 확정된 동부화물터미널 터. 현장엔 펜스가 처져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동부화물터미널 사업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시는 3월 지구단위계획 변경 고시 이후 건축위원회 심의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3년 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설공사가 완료돼 입주할 때까지 시일이 남았지만 트럭과 콘크리트로 가득했던 장안동의 변화가 중랑천을 따라 얼마나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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