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LG생활건강이 새 대표 체제의 첫 실적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선주 대표는 외부 출신 수장으로서 변화의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4분기 실적은 사업 구조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취임 초기였기 때문에 리더십이 드러나기에는 부족했던 상황. 다만 올해 실적 흐름은 이 대표의 경영 방향과 실행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가 본격 시험대에 오른다. [사진=LG생활건강]](https://image.inews24.com/v1/fe3b4079080d09.jpg)
4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4728억원, 영업손실 72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6조3555억원, 영업이익 170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6.7% 줄었고, 영업이익은 60% 이상 급감하며 수익성 저하가 뚜렷했다.
적자 전환의 직접적인 원인은 화장품 사업이다. 화장품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5663억원, 영업손실 814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 회복 지연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면세 채널 축소, 브랜드 및 유통 구조 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집중 반영됐다. 고수익 구조를 떠받쳐왔던 프리미엄 화장품 모델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
생활용품(HDB)과 음료 부문 역시 실적 방어에 한계를 드러냈다. 생활용품은 해외 매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비용과 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둔화됐고 음료 부문은 내수 소비 부진과 비용 상승이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전 사업 부문에서 성장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중국 의존의 한계…이선주 체제의 돌파 과제
이선주 대표는 글로벌 뷰티 업계에서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을 중심으로 경력을 쌓아온 전문경영인이다. 로레알 그룹 재직 시절 키엘과 입생로랑 뷰티 등 주요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며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LG생활건강이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 인사를 대표로 선택한 배경에는 기존 성공 공식을 벗어난 사업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취임 이후 이 대표는 내부적으로 조직의 실행력 강화와 사업 구조 재편을 강조해왔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조정, 해외 사업 재정렬, 디지털 채널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다만 취임 시점이 지난해 하반기였던 만큼 해당 전략이 실적에 반영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시장은 더 이상 과도기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중국 의존도를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북미·일본 등 핵심 시장에서 실질적인 매출과 이익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핵심 시험대다. 프리미엄 중심의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포트폴리오 자체를 재설계할 것인지에 따라 이선주 체제의 색깔도 분명해질 전망이다.
경쟁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에이피알 등 신흥 뷰티 기업들은 빠른 제품 기획과 디지털 중심 전략으로 시장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브랜드 파워에 기반한 기존 대기업 모델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구조다. LG생활건강 역시 비용 구조 정상화와 함께 성장 전략의 선명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대표는 올해 경영 목표를 'Science Driven Beauty & Wellness Company'(과학에 기반한 뷰티·건강 기업)으로 정하고 한 자리수 매출 성장을 다짐했다. 특히 고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커머스,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북미·일본 등 성장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 대한 공략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고성장 채널과 지역을 중심으로 주요 브랜드를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고도화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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