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29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cf12d33c00d5a2.jpg)
[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원상복구 위협에 나서면서 여당이 신속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국민의힘이 비준 동의를 요구하면서 조속한 처리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관세 인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대미투자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14일 한미 양국 정부가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로, △전략적 투자 추진 체계 및 절차 △한미전략투자기금 설치 △한미전략투자공사의 한시적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이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미국 측의 직접적인 압박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한국의 입법 절차 지연을 언급하며 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28일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승인 전까지는 합의가 없다"고 경고했다.
청와대가 국회의 입법 지연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입법과 행정 과정에서 속도를 더 확보해 주면 좋겠다"며 "해야 될 일이 너무 많은데 속도가 늦어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특별법 처리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쟁점은 '비준 동의' 여부다. 국민의힘은 연간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중대한 재정 부담'에 해당한다며, 헌법에 따른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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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은 해당 MOU가 국제법상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미 간에 체결된 전략적 투자 MOU는 국제법적 권리 의무 창설을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어서 조약이 아니다"라며 "행정적 합의로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권리 및 의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면 오히려 국익에 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우리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칠 경우, 향후 미국 측이 조약성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구속력 주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병도 원내대표 역시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자유롭게 대응하는데, 우리만 비준이라는 대못을 박아 스스로를 묶는 것은 국익을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라고 일축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관세 인상의 법적 근거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 입법에 나설 경우, 향후 판단에 따라 오히려 협상 여지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미국과 유사한 형태의 MOU를 체결한 일본 역시 국회의 비준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문제는 현실적인 국회 지형이다. 민주당은 과거 쟁점 법안에서 강행 처리 전략을 써왔지만, 특별법은 사정이 다르다.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임이자 의원인 만큼, 여야 합의 없이는 일방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2월 국회에서 통일교·신천지 특검과 검찰개혁 법안 등 굵직한 쟁점 법안 처리가 예고돼 있어 정쟁 가능성 역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법리적 논리가 설득력을 갖고 있는 만큼, 조속한 처리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절충과 야당 설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비준 동의를 받기에는 우리 스스로를 묶는 측면이 있고, 미국 정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 주장(비준 대신 특별법 처리)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경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에 절차대로 처리하면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며 "이럴 때 여야가 주고 받는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29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2e6c23a15b4015.jpg)
한편, 양당 간 이견을 활용해 지연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우리 입장에서는 비준과 특별법 처리 모두 안 하는 게 좋다"며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위법이라고 판단할 경우, 우리만 법적 구속력에 묶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 판결 때문에 (양해각서에 따른 투자 유치를) 기정사실화 시키려는 것인데, 말려들면 안 된다"며 "서두를 이유가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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