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인공지능(AI)이 금융 산업 전반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대출 심사와 상품 추천, 자산관리까지 AI 적용 범위는 넓어졌다. 하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기업 내부의 업무 효율화에 머문다.
이런 가운데 AI를 금융의 보조 도구가 아닌 의사 결정의 중심 엔진으로 삼은 기업이 있어 주목된다. 고객 맞춤형 금융 서비스로의 진화를 시도하는 핀다가 주인공이다.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가 23일 서울 강남구 핀다 사옥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a3c341ce3ca29.jpg)
"금감원 찾아가 유권해석 받아…3년 무수익 버티며 기반 구축"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는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해외에서만 소득이 발생하고 국내 소득이 없던 시기 ‘무소득’으로 분류되면서, 은행에서 상담 자체를 해주지 않았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정보 접근 방식 자체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느꼈고 이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핀다를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핀다는 국내 90여 개 금융기관, 400여 개 금융상품을 비교·연결하는 금융 플랫폼이다. 단순 정보 나열이 아니라 개인의 조건에 맞는 선택지를 좁히고 실행까지 이어지도록 설계된 구조가 특징이다. 올해 1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70만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50만명이다.
이 대표의 창업은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금융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확장됐다. 2015년 박홍민 핀다 공동대표와 창업 아이템을 논의하던 중 자신의 대출 상담 거절 경험을 공유하면서 금융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
이 대표는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금융 접근 방식이 사실은 특정 조건의 사람들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느껴졌다”며 “금리나 한도 뿐 아니라 승인 가능성, 필요한 서류 같은 핵심 정보조차 개인에게는 열려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핀다 창업을 준비했던 시기에 금융 정보는 은행과 금융사 중심으로 관리됐고, 소비자는 여러 금융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조건을 확인해야 했다. 특히 사회 초년생이나 프리랜서처럼 소득 구조가 복잡한 경우에는 출발선부터 선택지가 제한되는 구조였다.
이 대표는 “기술로 정보를 정리하고 기준을 표준화하면, 개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이디어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기까지는 높은 규제 장벽을 넘어야 했다. 핀다는 서비스 출시 이전부터 금융감독원을 찾아가 사업 구조를 설명했고,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조건에서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 대표는 “프로덕트를 만들기 전부터 기획서를 들고 규제기관을 찾아다녔다”며 “수익 없이 서비스를 운영해야 했기 때문에 2016년부터 약 3년간은 사실상 버티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AI는 단순 자동화가 아니다…금융 의사 결정의 중심으로"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가 23일 서울 강남구 핀다 사옥에서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914aaf2eb3afc.jpg)
전환점은 2019년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 제도를 도입하면서 찾아왔다. 핀다는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되며 수익 모델을 확보했고, 이후 1·2금융권 제휴를 빠르게 확대했다. 이 대표는 “샌드박스 제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핀다는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AI 전환을 본격화한 시점은 2023년이다. 이 대표는 “AI는 규모가 작고 레거시가 적을수록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핀다는 내부에 ‘핀다GPT’를 구축해 고객 문의와 상담 데이터를 지식화했고, 이를 상담·운영 전반으로 확장했다. 중요한 점은 AI를 단순 자동응답이나 비용 절감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AI는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고객의 선택을 더 정확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며 “금융에서 AI는 결국 ‘결정의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접근은 대고객 서비스로도 이어졌다. 핀다는 지난해 9월 AI 기반 지능형 고객 상담 서비스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았고, 망분리 환경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보안 구조를 갖췄다. AWS 베드록 기반 생성형 AI를 적용해 24시간 고객 문의 대응이 가능한 구조를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는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에 참여해 금융 상품 비교·추천, 카드 상담 자동화 등 금융 도메인 특화 AI 적용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금융에서 AI는 작은 오류도 신뢰를 흔들 수 있는 만큼, 정확성과 안전성에 대한 기준을 함께 높여야 한다”며 “사기·이상거래 탐지 등 기존 금융 안전장치와 AI를 결합하는 구조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AI B2C 서비스 출시…‘금융 의사결정 파트너’ 목표"
핀다가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는 ‘대출 이후의 금융’이다. 2026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는 AI 기반 B2C 서비스 '50·30·20' (가칭)은 금융 소비자들이 자산을 ‘5:3:2’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자산관리 시스템이다. 고객의 현금 흐름을 분석해 소비·저축·상환을 하나의 맥락에서 제안하는 구조다. 단순 정보 제공이 아니라, 금융 선택 자체를 돕는 의사결정형 서비스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 대표는 “대출은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이라며 “현금 흐름을 중심으로 한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핀다는 이를 통해 현재 약 50만명 수준인 MAU를 100만명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핀다 앱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대상 AI 상권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오픈업', 스타트업 전용 AI 뱅킹플랫폼 '유니콘(AI CFO)'까지 세 축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제는 조건만 좋은 금융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먼저 제안하는 금융이 경쟁력이 된다”며 “핀다는 금융 AI 비서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진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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