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일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연일 정치권과 언론을 달구고 있다. 발언의 빈도와 수위는 높아졌지만, 정작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질문에는 여전히 답이 부족하다. 왜 통합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 누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좀처럼 선명하지 않다.
최근 이장우 대전시장은 행정통합과 관련해 주민투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전보다 한층 신중한 태도다. 초기에 속도와 결단을 앞세우던 것과 달리,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 동의의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충남이 손해 보지 않는 통합”이라는 조건을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통합 추진이라는 큰 방향에서는 보조를 맞춰왔다. 다만 최근 발언을 종합해보면, 통합을 바라보는 우선순위와 부담에 대한 인식에서는 미세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이는 갈등의 신호라기보다, 통합 논의가 정치적 구호의 단계에서 주민 설득과 책임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권의 행보는 이미 빨라졌다. 대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장철민 두 국회의원이 대전충남 통합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레이스에 들어섰다. 여기에 허태정 전 대전시장의 출마 선언도 예정된 상태다. 통합의 청사진과 시민 설득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선거 일정이 먼저 굴러가기 시작한 모습이다.
이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왜 통합이어야 하는가.
통합시장 후보로 분류되는 정치인이 대전의 상징인 ‘성심당’의 빵을 사는 장면이나, 고향에서 지인들과 나누는 정서적 퍼포먼스만으로는 이런 의문을 해소키 어렵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나 선거구 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권한과 재정, 산업과 일자리, 도시의 미래 전략을 다시 설계하는 중대한 선택이다. 통합하지 않을 경우의 손실 비용은 무엇인지, 통합을 통해 어떤 구조적 이익을 나누는지, 또 그 과정에서 책임은 누가 어디까지 지는지부터 설명돼야 한다.
이 지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인물 경쟁’보다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 통합이 성공하려면 앞에 나서 구호를 외치는 사람보다, 실패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대전과 충남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중앙정부와의 협상, 입법과 제도 정비, 지역 간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복잡한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 속 몇몇 중량감 있는 정치인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아직 누구도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출마 선언보다 통합의 조건과 책임을 먼저 정리할 때”라는 박범계 국회의원의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통합 논의가 개인의 정치 일정에 종속되는 순간, 주민 설득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선언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이유가 먼저이고, 책임이 그 다음이며, 상생을 담보할 구체적인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정치가 이 순서를 지킬 때, 행정통합은 비로소 시민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지금 대전·충남 통합 논의에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설명과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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