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벼랑 끝에 선 홈플러스의 마지막 동아줄인 '긴급 운영 자금 대출(DIP Financing)'이 난항을 겪으면서 기업 회생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주 채권자인 메리츠증권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데 이어 홈플러스가 긴급 구호를 요청한 산업은행 역시 난처하단 분위기로 기울고 있어서다.
대출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한 메리츠증권과 비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규정을 뛰어넘으면서까지 DIP 대출을 강행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26일 홈플러스 채권자 협의회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율촌이 이달 6일 홈플러스에 발신한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해상보험·메리츠캐피탈은 이른바 홈플러스의 '청산형 회생계획안'에 대해 '기타' 의견을 제출했다. 메리츠금융은 1조원 규모의 홈플러스 채권을 보유한 주요 채권자 중 한 곳이다.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는 회생계획안에 동의했고, 국민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은 '의견 없음'을 통해 사실상 재판부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메리츠증권은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큰 경우 회생절차를 폐지하고 파산으로 이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회생절차를 유지한 채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허용할 경우, 파산에 따른 청산보다 채권자에게 돌아갈 분배 재원이 줄어들 수 있어 경제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절차 유지가 파산보다 채권 회수율에 있어 불리하단 설명이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는 3조6816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2조5059억원)보다 약 1조1700억원 높게 평가됐다. 원칙적으로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웃돌 경우 회생계획 인가가 어렵지만, 홈플러스는 자산 일부 매각 등을 전제로 한 청산형 회생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메리츠금융과 산업은행에 각각 1000억원의 DIP 대출을 요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메리츠 금융 측은 원금 회수조차 불투명한 상태에서, 파산이 원칙인 기업에 운영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것은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청산형 회생계획안뿐 아니라 1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 요구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선관주의 위반과 배임 혐의 리스크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뚜렷한 명분 없이는 지원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기울고 있다. 이 사안에 밝은 금융권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라면 구조조정 차원에서 지원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규정상 DIP 대출에 대한 명분 자체가 약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DIP 대출에 대해선 무리수를 두지 않겠단 분위기다. 김기한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은 지난 21일 열린 좌담회에서 "산은의 관련 규정상 여신을 취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DIP금융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일축한 바 있다. DIP금융은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회생 졸업을 전제로 투입하는 금액인데 채권자가 아닌 금융기관이 DIP 자금조달에 참여할 명분이 약하다는 취지다.
여기에 구조조정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노조와의 갈등도 채권단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인 MBK가 DIP 대출액 중 일부만 부담한 채 메리츠와 산은에 나머지를 요구하는 것은 책임을 분산하기 위한 의도로 읽힐 수 있다"면서 "마트 노조와 MBK는 살을 깎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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