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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덕수 판결'이 경고한 '친위 쿠데타'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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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은 내란"…징역 23년 중형 선고
'위로부터의 내란' 실패했지만, 심각한 후유증 남겨
"'계몽·경고적 계엄', 당연하다 주장하는 사람 양산"
'내란우두머리' 판결 선고…더 엄정하고 명확해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2026.1.13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과 대화하며 웃고 있다. 2026.1.13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불구속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026년 1월 21일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구속 전 "재판부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한 한 전 총리는 형이 선고되고 한동안 얼어붙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도 징역 15년형을 구형했으니 한 전 총리는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수사와 재판 기간 동안 한 전 총리는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핵심 범죄 사실인 '국무회의 소집'을 맹렬하게 다퉜다. 자신만의 설득으로는 불가항력이었기 때문에 국무회의의 이름으로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절차적 정당성을 보완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특검 주장을 받아들였다.

한 전 총리가 건의해 소집한 국무회의가 적법절차에 따른 서면으로 반대했더라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헌 전 국방부장관 공소장을 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전 모여 있던 국무위원들에게 "지금 이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 대통령의 결단이다. 국무회의 심의를 했고 발표를 해야 하니 나는 간다"는 말만 남기고 계엄을 선포했다. 애초부터 국무위원들의 의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한 전 총리 혐의에 대한 또 다른 쟁점이 국무총리에게 대통령을 견제할 권한이 있느냐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정한 헌법 제86조를 근거로 그럴 권한이 없다고 보는 분석이 많았다. 특검은 한 전 총리의 구속영장에 "총리로서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막을 책임이 있는 최고의 헌법기관"이라고 적시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한 전 총리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국무총리는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과 그에 합당한 책임을 부여받아 대통령과 다름없이 헌법 및 법률 준수의무를 부담하고,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 판결을 유지한다면, 향후 국무총리는 유사시 단순한 대통령의 보좌역이 아닌 독자적인 헌법수호의 의무를 지게 된다. 이번 판결은 그런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판단했다. '위로부터의 쿠데타', '친위 쿠데타'로 규정했다. 이진관 재판장은 선고공판에서 여기까지 판결이유를 낭독한 뒤 "이하에서는 12·3 내란이라고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역사적 장면이다.

재판부는 '친위 쿠데타'의 후유증을 매우 심각한 위험으로 봤다. 재판부 말대로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성공한 친위 쿠데타는 장기간의 엄혹한 독재정권을 유지시켰다. 상당한 희생을 치르고 독재가 끝난다고 해도 내전을 통한 또 다른 친위 쿠데타를 낳았다. 1972년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그랬고, 2021년 튀니지의 카이스 사이에드가 그랬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12·3 내란의 끝을 보면 안다.

윤 전 대통령의 실패한 친위 쿠데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간 민주주의로 다져진 대한민국을 휘청이게 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통령이 친위 쿠데타로 뿌린 독재 시도의 씨앗은 그만큼 독하고 끈질기다. 재판부는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전체적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고, 이미 유효한 구제수단이 남아 있지 않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논의되는 저항권을 평상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 사람,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 없어 위헌·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을 당연하다는 듯 주장하는 사람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특검 수사가 한창이던 작년 8월, 윤 전 대통령을 만났던 한 측근은 그가 구속 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검사나 해먹을 걸"이라고 말했다고 필자에게 전했다. 지난 13일 사형을 구형받던 날 윤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나도 참 순진하게 생각했다. 이런 바보가 어떻게 친위 쿠데타 합니까? 하려면 눈치 빨라야죠. 정치적 수완이 뛰어나야죠"라고 했다. 그 직전 특검은 사형을 구형하면서 '전두환보다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전두환도 1987년 6·10 민주화항쟁 중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았다. 그 전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9년 부마민주화항쟁을 진압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는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이름 붙은 날마다 이른바 '옥중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는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제가 모든 것을 내어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자식 잘 되라는 마음으로 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일부 강경 극우 시민들은 여기에 열광한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화려하게 귀환할 거라고 한다. 이게 안 되면 저항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위세를 의식한 제1야당은 윤 전 대통령을 끝까지 붙잡고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2찍'은 모두 손가락을 분질러야 한다"거나 ‘죄다 내란 세력이니 尹과 함께 사형시켜야 한다"고 한다. 이쪽도 저 쪽도 편 가르고 혐오하며 증오하고 있다. '2찍'과 '2찍'을 배신한 윤 전 대통령, 과연 누가 잘못한 것인가. 이런 현상은 정상적인가.

출구가 안 보이는 진영 간 반목과 갈등이라는 현재의 비정상적 상황은 사법부의 사법 기능에 의해 종식될 것이다. 그게 법치고 헌정주의고 민주주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내란우두머리죄'로 구속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을 오는 2월 19일 선고한다. 비상계엄 선포 443일, 기소 후 389일 만이다. 160회 재판을 이어온 지귀연 재판장은 "오직 헌법과 법률, 증거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했다. 공을 들인 만큼 한 전 총리 판결보다 더 엄정하고 명확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양쪽이 모두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역사적 비극인 12·3 내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시도도 종식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살고 나라도 산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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