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부산광역시의 한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이달 말 문을 닫으면서 유기동물 보호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남은 보호 동물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보호 체계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21일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강서구 소재 유기동물 보호센터 ‘하얀비둘기’는 지난달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재계약을 거절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얀비둘기는 부산 사상구·사하구·강서구 등 3개 구청과 위탁 계약을 맺고 유기동물 보호·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운영 종료 배경으로는 재정난과 반복적으로 제기된 민원이 겹치면서 더 이상 시설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얀비둘기 측은 “지속된 재정난과 표적성 행정 압박, 운영 핵심 인력 배제 시정명령, 민원 대응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악성 민원으로 인한 업무 마비 등으로 더 이상 동물의 생명과 복지를 지켜낼 수 없는 환경이 됐다”며 “이는 보호소의 운영 의지 문제가 아니라 행정 환경 변화로 인해 보호 업무가 유지될 수 없게 된 현실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문제는 보호 중이던 동물들이다. 현재 보호가 필요한 동물은 50여 마리로, 이달 말까지 입양되거나 다른 보호소로 이송되지 않을 경우 인도적 처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보호소로 분산 이송되더라도 상당수가 이미 포화 상태여서 보호 공백과 추가적인 인도적 처리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민간 보호센터를 중심으로 유지돼 온 입소·입양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면서 보호 동물이 누적됐고, 센터 단독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부산시의 설명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와 구 모두 인도적 처리는 원하지 않는 입장”이라며 “입양과 기증을 통해 보호 동물 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했다.
부산시는 남은 동물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보호 동물 관리에 대한 중·장기 대책과 직영 동물보호센터 설립 일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정부의 동물보호센터 설치 지원 사업에 부산이 단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되면서 보호 인프라 확충 여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 중인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설치 지원 사업’은 지자체 직영 유실·유기동물 보호, 관리시설 및 부대시설 설치비와 기존 동물보호센터의 증축 및 시설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에서 국비 30~40%를 지원하고, 지방비 60~70%를 매칭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부산은 지금까지 해당 사업에 한 곳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주민 반대와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공식적인 구·군 대상 수요조사 역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광역시 관계자는 “센터 설치를 위해서는 주민 동의 등 사전 요건을 갖춰 예산을 신청해야 한다”며 “여러 차례 시도는 있었지만 계획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좌초된 사례들이 있었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지는 없으며 주민 반대 등 입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지자체들은 직영 또는 공공 주도의 유기동물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는 유기동물 보호센터 위탁을 취소하고 임시 직영 체제로 전환했으며, 전남 여수시는 전남 지역 최초로 유기동물 보호소를 개설했다. 경북도는 유기동물 보호소를 13곳으로 확대하고, 보호 환경이 열악한 시설을 대상으로 직영화 또는 시설 개선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에 따라 유기동물 발생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임시방편이 아닌 중·장기적인 보호 인프라 구축에 행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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