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경쟁력 회복을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중국 등 경쟁국과 비교해 비싸기도 하고, 이 요금인하 없이는 수익성 개선이 사실상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그러나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분기 내 석유화학 업계 사업재편의 최종안을 마련하고, 연내 개별 기업별 맞춤형 정책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달 출범한 화학산업얼라이언스를 통해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의 사업 전환 등 큰 틀의 방향성은 이미 제시된 상태다.
그러나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세제·재정·금융 지원과 규제 특례를 담은 ‘석유화학산업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해당 법안에 전기요금 인하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업계의 볼멘소리가 새어나온 바 있다.
업계는 석유화학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석화업계 구조개편,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최홍준 화학산업협회 대외협력본부장은 “단순한 요금 인하 요구가 아니라 산업기반기금 등을 활용해 한전이 적자를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도 충분히 전기요금 할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달 22일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에서도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만나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산업용 전기요금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매출원가의 5.11%를 차지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92원으로 지난 4년간 70%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높은 편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kWh당 127원 수준으로 국내보다 저렴하며, 미국 역시 kWh당 116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요금 격차가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전기요금 인하 요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는 글로벌 경쟁국 대비 높은 전기요금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설비 가동률 하락과 추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중국·중동 등 주요 경쟁국들이 에너지 비용 지원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최소한 한시적·차등적 전기요금 조정이라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정부는 타 업계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실제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가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석유화학을 비롯해 철강 등 제조업 전반이 경기 부진에 놓인 상황에서 특정 업종에만 전기요금 인하 혜택을 적용하는 것은 정책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당초 에너지 정책은 산업부 소관이었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과 함께 관련 업무가 이관되면서 석유화학 산업의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기후부 간 협의가 불가피한 구조가 됐다. 여기에 더해 기획예산처와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이기 때문에 업계 요구가 단기간 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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