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대전·충남 통합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공론화 없이 추진되는 ‘속도전’은 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동시에 나왔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데 대해 “준비 없는 통합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주민 선택을 배제한 졸속 추진을 멈추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행정부 차관을 지낸 박찬우 전 국회의원은 5일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방정부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한민국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에는 100% 동의한다”면서도 “통합이란 이름으로 간판만 바꾸고 행정구역만 합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바늘 허리에 실을 매 옷을 꿰매는 것과 같다”며 정치 일정에 쫓긴 통합 논의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 전 의원은 과거 행안부 근무 시절 마산·창원·진해 통합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통합은 주민 동의를 얻는 과정부터 입법, 행정 준비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구체적인 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도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천안YMCA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주민의 선택을 배제한 채 졸속으로 추진되는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반대한다”며 “행정통합은 속도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주민의 선택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천안YMCA는 최근 통합 논의가 다시 부상한 배경으로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과 대통령 발언 이후 확산된 전국적 통합 논의를 언급하며 “광주·전남 등 일부 지역이 통합 지자체장 선출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특례조건 선점을 위한 속도 경쟁처럼 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통합의 명분으로 제시되는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역소멸 대응에 대해 “규모가 커진다고 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통합지자체가 내건 ‘경제과학수도’ 비전도 대전과 천안·아산을 제외하면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충남의 다수 중소도시는 행정통합으로 자원과 행정서비스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미 출범한 ‘충청광역연합’을 언급하며 “광역 교통·산업·환경 분야 협력은 통합 없는 협력으로도 가능하다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며 “추가 행정·재정 실익이 제한적인 대전·충남만의 통합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YMCA는 “대전과 충남에는 20개 기초자치단체, 358만명의 주민이 서로 다른 삶의 조건 속에 살고 있다”며 “통합으로 인한 편익과 불편을 주민 스스로 따져보고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문조사로 주민 선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천안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박 전 의원은 오는 2월 1일 오후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극장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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