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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칼럼] 비트코인을 "돈세탁 인덱스"라 조롱하던 남자⋯래리 핑크는 왜 변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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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CEO가 본 진짜 리스크는 '코인'이 아니라 '변화에 뒤처지는 공포 (FOMO)'였다

여전히 많은 학부모와 대중에게 '코인'은 마치 롤러코스터와 같다. 하루가 다르게 널뛰는 가격, 잊을 만하면 터지는 해킹 뉴스, 그리고 규제의 불확실성까지. 그래서 불과 몇 년 전, "비트코인은 돈세탁 인덱스 (Index of Money Laundering)에 불과하다" 며 독설을 퍼부었던 한 금융 거물의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통쾌한 사이다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그런데 2026년 현재, 그 인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목소리로 블록체인과 '자산 토큰화 (Tokenization)'를 옹호하는 전도사가 되어 있다. 바로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 (BlackRock)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래리 핑크 (Larry Fink) 이야기다.

김경규 세정 부사장.
김경규 세정 부사장.

얼핏 보면 그의 태도 변화는 전형적인 '말 바꾸기'나 '변절'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엑스레이 (X-ray) 찍듯 들여다보면, 이는 변절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라는 하나의 철학을 향한 지독할 정도로 일관된 선택임을 알 수 있다.

그 일관성의 뿌리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0대 초반의 래리 핑크는 월가 투자은행 퍼스트보스턴의 잘나가는 스타 채권 트레이더였다. 하지만 그는 금리 예측에 실패하며 한순간에 1억 달러 (약 1400억 원) 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냈다. 회사의 영웅에서 하루아침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패배자로 전락한 이 사건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트라우마가 되었다.

이 뼈아픈 실패가 그에게 남긴 교훈은 명확했다. "시장을 예측하려 들지 마라. 대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라." 인간의 감이나 맹목적인 확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은 그는 1988년 블랙록을 창업하며 수익을 좇는 상품보다 먼저 '알라딘(Aladdin)'이라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 세계 자산의 흐름을 24시간 감시하고 분석하겠다는 집착에 가까운 시스템이었다. 오늘날 블랙록이 13조 5000억 달러 (약 1경 8900조원)에 가까운 자산을 굴리는 제국이 된 비결도 바로 이 '투명한 관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리스크 관리의 화신'인 그의 눈에 지금의 블록체인은 어떻게 보일까? 나쁜 첫인상을 걷어내고 다시 본 블록체인은, 도박판이 아니라 그가 평생을 바쳐 만든 '알라딘'과 닮아 보였을지 모른다. 중개자 없이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며, 모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장부에 남는다. 불투명성을 가장 큰 적으로 여기는 그에게 블록체인은 꽤 확실한 '디지털 안전벨트 (Risk Hedging)'였던 셈이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바로 고객들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부터 인가 금 (Gold)이나 국채를 보유하던 전 세계의 보수적인 기관 투자자들이 핑크에게 이렇게 묻기 시작한 것이다. '회장님, 전쟁이 나고 인플레이션이 오는데.. 금 말고 내 자산을 지켜줄 다른 대안은 없습니까?' 끊임없이 이어진 질문들 앞에서, 핑크는 결국 자신의 과거 발언을 뒤집는 용기를 낸다.

고객들은 이미 비트코인을 안전 자산으로 인식해 가고 있었다. 핑크는 신기술을 도입하는 리스크 이상으로, 고객의 요구와 시대의 변화를 외면하는 리스크가 훨씬 더 치명적임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비들 (BUIDL)'이다. 이는 쉽게 말해 '블록체인 위에 올린 머니마켓펀드 (MMF)' 다. 미국 국채나 현금처럼 가장 안전한 자산을 담보로 하되, 거래 방식은 블록체인을 차용했다. 투자자들은 은행 문이 닫힌 주말에도 수익을 확인하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래리 핑크의 시도가 단순한 코인 투자가 아니라, 가장 안전한 자산을 가장 투명한 기술이라는 그릇에 담으려 했음을 보여준다.

핑크가 지난 2024년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 부르며 "질적 자산으로의 도피 (Flight to Quality)" 수단으로 인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의 막대한 국가 부채, 달러 가치의 하락,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내 자산을 지켜줄 또 하나의 방패로서 블록체인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1편 칼럼에서 필자는 '사이퍼펑크'들이 주창한 프라이버시와 주체적인 디지털 시민권을 강조했다. 래리 핑크는 '사이퍼펑크'가 된 적은 없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이 꿈꾸던 기술 (검열 저항성,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을 현실 금융 시스템에 가장 성공적으로 이식한 인물이 되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상이나 이념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며 리스크를 줄여주는 기술인가'하는 철저한 실용성이었기 때문이다.

래리 핑크의 변심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블록체인을 '위험한 투기판'으로만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가? 세계 최고의 금융가는 "과거의 방식에 머무르는 것이야 말로 진짜 위험"이라며 과감히 궤도를 수정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금융 환경에서 블록체인은 이미 투기의 대상을 넘어, 신뢰를 중간 비용 없이 처리하는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아이들에게 막연한 편견을 심어주기 보다, 이 기술이 왜 기존 금융의 리스크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주목받는지 함께 이야기해 보는 건 어떨까. 변화를 거부하는 것보다,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리스크일 수 있으니 말이다.

김경규 세정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패션 기업인 세정의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이커머스 및 AI 기반 패션 신사업인 세정글로벌을 설립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연계 신사업인 런투더퓨처랩스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그는 블록체인 단체 '디사이퍼'의 리서쳐로도 활동 중이며 블록체인 영역에서 지속적인 VC 투자 조직 어드바이징 및 투자 집행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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