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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복도 통과, 가장 큰 소파…우리나라 수학자가 증명? [지금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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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문제, 복잡한 문제 이해의 기본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소수의 발생 빈도에 규칙이 있는가.

액체나 기체 흐름을 완벽하게 계산할 수 있나.

입자들은 질량을 가지는데 수학으로 증명 가능한가.

문제를 읽는 순간 머리가 아프다. 문제가 무슨 문제(?)인지 이해도 잘되지 않는다. 어려온 수학 문제를 접하면 느끼는 감정이다. 반면 우리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백진언 고등과학원 박사. [사진=고등과학원]
백진언 고등과학원 박사. [사진=고등과학원]

직각의 ‘ㄴ복도’를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큰 소파은?

우리나라 백진언 고등과학원 박사가 60년 동안 증명되지 않고 있던 수학 난제에 대해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른바 ㄴ 복도를 움직이는 가장 큰 소파에 대한 수학적 물음이다.

텅 빈 ㄴ복도를 통과할 수 있는 가장 큰 소파는 무엇일까? 복도의 각 변 길이가 1m라면 1mx1m 정사각형은 쉽게 통과한다.

백진언 고등과학원 박사. [사진=고등과학원]
정사각형은 통과할 수 있다. [사진=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정사각형을 늘려 직사각형으로 만들면 복도의 꺾이는 부분에 부딪혔을 때 회전할 공간이 없어 통과할 수 없다.

수학자들은 곡선 모양을 도입하면 더 큰 도형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직선 밑변의 지름이 2m 반원이다. 반원이 복도 모퉁이를 돌 때, 복도 초반부에 반원의 대부분이 튀어나온다.

백진언 고등과학원 박사. [사진=고등과학원]
밑변이 2m인 반원도 미끄러짐과 회전 등으로 통과 가능하다. [사진=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둥근 모서리 덕분에 모퉁이를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이는 미끄러짐과 회전 두 가지 요소를 계산한 결과이다.

수학자들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1992년 수학자 조셉 거버(Joseph Gerver)가 ‘모퉁이를 움직이는 소파(Moving a Sofa Around a Corner)’를 내놓았다. 모퉁이를 돌아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소파’를 찾는 것이다.

움직이는 소파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형의 크기뿐 아니라 도형이 이동하는 경로도 최적화해야 했다. 주어진 조건에서는 미끄러짐과 회전, 두 가지 유형의 움직임이 가능하다.

이사할 때 우리는 ㄴ 복도에서 긴 소파가 직각을 빠져나가지 못해 곤혹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돌려 세워보기도 하고,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해보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움직이는 소파’는 캐나다 수학자 레오 모저가 1966년에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한 문제이다. 소파의 양 끝을 눌러도 휘어지지 않는 단단한 도형을 복도에서 직각으로 회전시키는 것이다.

‘소파’는 실제 소파와 같을 필요가 없다. 도형과 복도 모두 2차원이다. 소파가 너무 무거워 들어 올릴 수 없고 밀어서 이동만 할 수 있다.

‘ㄴ’ 복도를 통과할 수 있는 소파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직각을 통과할 수 있는 단면은 너무 많다. 다만 여기에 ‘가장 큰’ ‘가장 면적이 넓은’ 전제 조건이 붙으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수학자가 도전했다.

지금까지 가장 면적이 넓은 단면은 1992년 거버가 18개의 곡선으로 이뤄진 복잡한 형태를 보인다.

백진언 고등과학원 박사. [사진=고등과학원]
1992년 수학자 거버는 1X1m의 정사작형, 2m 밑변의 반원보다 더 넓은 '움직이는 소파'를 만들었다. 아직까지 거버의 소파가 가장 넓은 면적이라는 것이 수학적으로 증명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수학자 백진언 박사가 이를 증명했다는 논문이 현재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사진=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거버의 소파’는 앞부분이 둥글다. 뒷부분은 약간 파여 있다. 옆면은 복도를 회전할 때 벽에 닿지 않도록 정밀하게 계산된 곡률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거버의 ‘움직이는 소파’가 진짜 가장 넓은 것인지 수학적으로 증명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모저가 처음 제기한 이후 약 60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에도 거버의 ‘소파’가 ‘수학적으로 가장 큰 도형으로 증명됐고 확실하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 난제에 대해 백진언 KAIST 부설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박사(허준이펠로우)가 이론적으로 증명했다는 학계 의견이 나왔다. 아직 수학계가 인정한 것은 아닌데 그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은 백 박사의 연구 결과를 ‘2025년 10대 수학 혁신’ 중 하나로 꼽았다. 수학계에 큰 이슈를 던지고 있다.

백 박사는 몇 년 동안의 연구 끝에 관련 논문(논문명: Optimality of Gerver’s Sofa)을 통해 ‘거버가 제안한 소파보다 더 넓은 소파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백 박사의 연구 성과를 두고 무엇보다 “기존 연구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존해 근사치를 찾으려 했던 것과 다르게 백 박사는 순수한 논리적 추론을 통해 최적성을 입증했다”며 “이는 수학계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성과”라고 소개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어 “2024년 11월 연세대 박사후연구원인 백진언 박사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논문을 온라인에 발표하면서 마침내 해답을 찾았다”며 “백 교수의 증명은 아직 철저한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았는데 백 교수와 움직이는 소파 문제를 잘 아는 수학자들의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움직이는 소파’ 문제 풀이를 응용하면 로봇의 경로 계획이나 물류 시스템의 효율적 이동 경로 최적화 등 복잡한 공간에서 물체를 움직이는 기술의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백진언 고등과학원 박사. [사진=고등과학원]
백진언 박사는 관련 논문 초록에서 "우리는 18개의 곡선 구간을 가진 거버(Gerver)의 구조가 최대 면적 2.2195를 달성함을 보여줌으로써 움직이는 소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썼다. [사진=백진언 교수 논문]

백 박사(31세)는 연세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할 당시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만 39살 이하의 젊은 수학자를 최대 10년 동안 지원하는 ‘허준이펠로우’에 선정됐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2022년 수학계 노벨상으로 부르는 필즈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백 박사의 해당 논문은 수학계의 최고 전문지 ‘수학 연보(Annals of Mathematics)’에 투고돼 정밀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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