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전기차와 드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후보로 주목받아 온 무음극 리튬 금속 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다. 짧은 수명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전해질을 반복적으로 바꿔야 했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전극 표면 설계만으로 배터리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임성갑 교수 연구팀이 전극 표면에 두께 15나노미터(nm)의 초극박 인공 고분자층을 도입해 무음극 금속 전지의 최대 약점인 계면 불안정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고 4일 발표했다.
무음극 금속 전지는 음극에 흑연이나 리튬 금속 대신 구리 집전체만 사용하는 단순 구조를 갖는다.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비 30~50% 높은 에너지 밀도, 낮은 제조 비용, 공정 단순화라는 장점이 있다.
초기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 구리 표면에 직접 쌓이며 전해질이 빠르게 소모되고 불안정한 보호막(SEI)이 형성돼 수명이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전해질 조성을 바꾸는 대신, 문제가 시작되는 전극 표면 자체를 설계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iCVD(개시제 기반 화학증착) 공정을 이용해 구리 집전체 위에 균일한 초박막 고분자층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층이 전해질과 상호작용을 조절해 리튬 이온 이동과 전해질 분해 경로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극 표면에 두께 15나노미터(nm)의 초극박 인공 고분자층을 만들었다.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ded107281ad05d.jpg)
기존 전지에서는 전해질 용매가 분해되며 부드럽고 불안정한 유기물 보호막이 형성돼 리튬이 고르게 쌓이지 않고 가시처럼 뾰족한 수지상이 쉽게 자랐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고분자층은 전해질 용매와 잘 섞이지 않아, 용매 대신 염 성분의 분해를 유도했다.
단단하고 안정적 무기물 보호막(SEI)이 형성되며 전해질 소모와 과도한 보호막 성장이 동시에 억제됐다.
연구팀은 오페란도(operando) 라만 분석과 분자동역학(MD)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지 작동 중 전극 표면에 음이온이 풍부한 환경이 형성된다. 이것이 안정적 무기물 보호막 생성으로 이어진다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번 기술은 전해질 조성 변경 없이 전극 표면에 얇은 층만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존 공정과 호환성이 높고 비용 부담도 적다. iCVD 공정은 롤투롤 방식의 대면적 연속 생산이 가능해, 연구실 수준을 넘어 산업적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
이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소재 개발을 넘어 전극 표면 설계를 통해 전해질 반응과 계면 안정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차세대 고에너지 배터리 시장에서 무음극 리튬 금속 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명 : A Strategic Tuning of Interfacial Li+ Solvation with Ultrathin Polymer Layers for Anode-Free Lithium Metal Batteries)에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주현 박사과정생과 김진욱 박사후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에너지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줄(Joule)’에 2025년 12월 10일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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