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홈플러스가 회생과 청산의 갈림길에 섰다.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지 약 열 달 만에 익스프레스 사업부 분리 매각 등을 포함한 자체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서다.

이는 최선책인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선회한 것이다. 뚜렷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강력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해당 회생안은 구조혁신형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과 회생계획 인가 후 M&A 추진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매각이 무산되자 상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큰 슈퍼마켓을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몸집을 줄여 새로운 주인을 찾겠다는 계산이다. 전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점포 수는 290여개다.
홈플러스가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후 다섯 차례나 회생계획안 제출을 연장했으나 이번에 자체 회생안을 제출한 이유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 이상 원매자를 기다리기에는 운영 자금이 바닥난 만큼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것이다. 앞서 전기요금 체납, 직원 급여 분할 납부 등이 알려지며 자금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관건은 법원의 회생안 승인 여부다. 법원은 강제 승인도 가능하지만, 홈플러스 채무 규모와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했을 때 채권단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의 조율이 완료되면 법원은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열어 최대 3개월 이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승인을 위해서는 채권단 3분의 2 동의가 필요하다.
단 협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최대 메리츠금융그룹의 입장이 주목된다. 메리츠의 경우 홈플러스 68개 점포(약 1조2000억원 규모)에 대한 담보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지 않는다면, 회생절차 폐지와 함께 청산 절차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홈플러스가 이 기간 유동성 압박을 버틸 수 있을 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 때문에 익스프레스 분리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원매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익스프레스를 우선 매각하면 향후 매각은 상대적으로 쉬워지겠지만, 사업성이 좋은 부문이 빠져나가면 전반적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는 가능하겠지만, 가치 있는 매물을 팔아버리면 변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 28일 가양, 장림, 일산, 원천, 울산북구점 등 5개 지점에 대한 영업을 중단했다. 유동성 개선, 납품 정상화를 전제로 폐점을 보류했던 나머지 임대점포의 운영 여부를 재검토하는 방향도 예상된다.

노동조합 리스크도 넘어야 할 산이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대해 일부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이번 회생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자구노력은 포함돼 있지 않고, 직원들과 입점주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됐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생안 인가 여부가 향후 절차의 방향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분리매각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은 전략이 담겨있는 게 아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채권단 설득을 어떻게, 얼마나 빨리하느냐가 회생 가능성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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