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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그 10년] ④굳게 닫힌 문, 활짝 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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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부터 오는 7일까지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과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중 관계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드림콘서트 2026'의 중국 방송 송출과 이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한령 해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본 기획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한한령의 경과와 영향을 되짚고 향후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편집자]
한한령 해제를 둘러싸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
한한령 해제를 둘러싸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한중 관계가 완화 기류를 보일 때마다 "한한령이 풀린다" "아직 이르다"는 전망이 언론을 통해 거론돼 왔다. 국민적 관심 역시 그때마다 한한령으로 쏠렸으나 뚜렷한 변화 없이 다시 식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한한령이 과연 '해제됐느냐, 아니냐'로 판단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짚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한령은 당초 명문화한 제도가 아니라 중국이 상황에 따라 강도와 범위를 조정해 온 관리 체계에 가깝다. 학계에서도 한한령은 필요에 따라 완화됐다가 다시 강화할 수 있어 명확한 해제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한령이 실제로 풀리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어느 정도 공유돼 있다. 가장 먼저 변화가 감지되는 지점으로는 공연과 콘텐츠 심의 관행이 꼽힌다. 대형 K-팝 공연이 공식 절차를 통해 승인되는지, 중단됐던 한국 드라마 판권 계약이 다시 움직이는지, 게임 판호 발급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지가 주요 판단 근거다.

한한령 해제를 둘러싸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
명동 거리에 중국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산업계와 학계는 이 가운데 일부 신호만 나타날 경우 이를 전면적인 정책 전환으로 보지 않는다.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변화가 확인돼야 비로소 한한령을 둘러싼 기조 자체가 달라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한중 문화교류가 어떤 방식으로 재개될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분류된다. 우선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부분 완화'다. 이는 중국이 기존의 "한한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한 채 실제 규제 강도만 조용히 낮추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000석 미만의 중소형 공연을 허용하거나 한국 드라마 한두 편을 '파일럿 심의' 형태로 들여보내는 수준, 한국 게임에 상징적 의미의 판호를 단발적으로 발급하는 식의 변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시장에는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정치적 리스크를 고려해 언제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은 제한적이다. 업계도 이 단계에서는 장기 전략보다는 가능하면 수익을 추가 확보하는 정도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한한령 해제를 둘러싸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조건부 개방'이다. 이는 중국이 특정 정치·외교 이벤트 시기마다 한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형태다. 정상회담이나 국가 행사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대형 공연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거나 양국 관계 개선 메시지를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일부 콘텐츠를 들여보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산업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치명적 한계를 갖는다. 일시적 호재가 집중되더라도 외교 환경이 다시 경색되면 신규 프로젝트가 즉각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나 장기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학계에서는 "조건부 개방은 결국 단기 이벤트성 시장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한 외교 전문가는 "외교 이벤트를 계기로 일부 프로젝트가 허용될 수는 있어도 그 흐름이 곧바로 안정적인 시장 복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한한령 해제를 둘러싸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
한 케이팝 아이돌 공연에서 팬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가장 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은 '완전 정상화'다. 이는 사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교류가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한국 드라마·예능 판권 수입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한국 게임이 정례적으로 판호를 발급받는 단계까지 포함한다. 또 K-팝의 대형 투어가 제한 없이 열리고, 광고·방송·모델 기용에 대한 각종 비공식적 제약이 사라지는 상황이 뒤따른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온 만큼 명확한 해제 선언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대신 앞서 상술한 두 시나리오처럼 심의 속도 조정, 허가 기준의 완화, 특정 장르나 프로젝트에 대한 선택적 승인 등 비공식적 방식의 조정이 현실적인 경우의 수로 꼽힌다.

한한령 해제를 둘러싸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
지난 2023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을 찾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별로 전망 역시 엇갈린다. 게임·웹툰·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 일부는 이미 제한이 상당 부분 완화된 영역으로 분류되지만 공연·대중음악·방송 분야는 여전히 가장 높은 정치적·이념적 민감성을 지닌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이 부담 없이 조정할 수 있는 분야부터 제한적으로 풀 가능성은 있지만 K-팝 콘서트나 방송 출연처럼 상징성이 큰 영역은 마지막까지 조심스럽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한 엔터 업계 관계자 역시 "일부 교류가 재개된다고 해도 과거처럼 대규모 투어나 방송 활동이 단기간에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정책 신호보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있는지를 하나씩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한령 해제를 둘러싸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
한중관계 완화를 위해 '한한령'이라는 단어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접근법을 경계해야 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결국 한한령의 향방은 '전면 해제'보다는 어떤 조건에서, 어떤 범위까지 조정될 것인가의 문제로 좁혀진다. 과거처럼 단일 시장에 대한 기대를 전제로 접근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제한적 참여가 현실적인 전략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중국은 '필요한 만큼만 풀고, 통제는 유지'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국학 연구자는 "일부 교류가 허용되는 듯한 신호를 주면서도 '상황이 좋아지면 더 풀릴 수 있다'는 기대를 남겨두는 방식은 외교적 양보를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중국식 전략적 불확실성의 전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한령 해제를 둘러싸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
결론적으로 한한령은 해제 여부를 단정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optilingo]

또한 중국 정부의 규제 해제 등을 예측하는 과정서 '한한령'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접근법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한한령'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실질적 교류를 늘려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용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도 이에 동의하면서 "언론에서 한한령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중국이 원하는 프레임에 들어가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한한령으로 인한 피해를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를 비관세장벽으로 받아들이고 강조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한령 해제를 둘러싸고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
중국 정부의 규제 해제 등을 예측하는 과정서 '한한령'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우는 접근법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결론적으로 한한령은 해제 여부를 단정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한중 관계 속에서 상시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변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관건은 이러한 불확실성 아래에서 중국과의 무역과 교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다.

제한적이더라도 실질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상호 이해를 쌓을 때 한한령이라는 중국의 영향력에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는 보다 현실적인 '윈윈 전략'이 가능해질 수 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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