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2025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공공·금융 규제 완화'와 'AI 인프라 대확충'을 계기로 대전환의 시기를 맞았다. 정부가 AI고속도로 구축을 선언하고 GPU 26만장 확보 계획을 발표하면서 클라우드는 단순 IT 인프라를 넘어 국가 AI 전략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으로 격상됐다.
![[사진=챗GPT 제작]](https://image.inews24.com/v1/c78b54b967bc4d.jpg)
그동안 제한적 도입에 머물렀던 공공·금융 영역의 빗장이 풀리며 클라우드의 활용 범위는 빠르게 넓어졌지만, 동시에 AWS, MS 애저, 구글클라우드 등 글로벌 클라우드제공사업자(CSP) 3사의 공공 시장 진입과 맞물려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 한 해로 평가된다. AI 인프라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올 한 해 국내 클라우드 업계의 주요 이슈를 짚어봤다.
AI고속도로 본격화…국가AI컴퓨팅센터와 GPU 26만장
2025년은 'AI G3' 도약을 위한 AI 인프라 구축의 원년이었다. 정부는 AI 고속도로 전략의 상징적 프로젝트인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과 함께,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실행에 옮겼다.
이번 AI 고속도로 구축의 핵심은 클라우드 기반의 컴퓨팅 자원 공유 체계다. 정부는 첨단 GPU를 구축하고 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업을 공모·선정해 AI 컴퓨팅 자원을 순차적으로 구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10월 삼성SDS 주도로 네이버, 카카오, KT가 빅텐트를 이뤄 수주한 국가AI컴퓨팅센터는 클라우드 서비스 구축·운영을 핵심 사업 모델로 설정하고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2027년 개소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센터는 스타트업과 대학, 연구소 등에 클라우드 기반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제공해 AI 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정부가 확보한 첨단 컴퓨팅 자원은 내년 2월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산업계, 학계, 연구계에 본격 지원된다. 이로써 클라우드는 단순 데이터 저장소를 넘어 AI 개발과 구동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국정자원 화재, 민간클라우드 공공 도입 급물살
지난 9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공공 IT 인프라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운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 전산장비 740대, 배터리 384대가 전소되면서 정부 핵심 전산망이 마비되고, 공무원들이 저장한 G드라이브 데이터 858TB가 전량 소실됐다. 완전 정상화까지는 약 3개월이 소요됐다.
이번 사태로 단일 센터 중심의 온프레미스 구조와 백업 체계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면서, 공공 시스템의 분산·이중화 필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사고 이후 정부는 일부 시스템을 대구 민관협력형(PPP) 클라우드센터로 이전하는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SDS,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국내 CSP 3사가 복구 사업에 참여하며 민간 클라우드 활용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과의 협력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 그간 답보 상태였던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전환 정책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클라우드 업계는 중앙집중형 온프레미스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며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화재가 그동안 자체 구축 원칙에 머물렀던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도입을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빅3, CSAP 인증 획득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은 올해 국내 공공 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MS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클라우드보안인증(CSAP)를 획득한 데 이어 구글 클라우드, AWS가 차례로 인증을 받았다. 특히 AWS는 지난 4월 국내 대기업 연합을 꺾고 80억원 규모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프로젝트 사업을 수주하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23년 정부가 CSAP를 상·중·하 등급제로 개편하면서 하등급에 한해 논리적 망분리를 허용한 것이 주효했다. 그동안 강력한 물리적 망분리 규제로 진입하지 못했던 해외 CSP들이 일제히 한국 공공시장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에서 이미 AWS·MS·구글이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등 국내 CSP들이 주도해온 공공 클라우드 영역에 외산 클라우드가 상륙하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국내 CSP, AIDC·GPUaaS로 영토확장
글로벌 CSP의 공공시장 진출에 맞서 국내 CSP는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과 서비스형 GPU(GPUaaS)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GPUaaS는 기업들이 막대한 초기 투자 없이 필요한 만큼만 AI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AI 시대 클라우드 사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 받았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부터 GPU 운영, 클라우드 플랫폼, AI 모델 관리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인프라를 앞세워 ‘소버린 AI’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세종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AIDC 규모를 확대하며, 공공·대기업 대상 GPUaaS 공급을 늘리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액체냉각(D2C) 기술을 상용화하며 AIDC 운영 효율 경쟁에 나섰다. 고밀도 GPU 환경에 최적화된 냉각 기술을 기반으로, 전국 데이터센터 거점을 AI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국가AI데이터센터와 정부 GPU 사업을 연이어 확보하며 공공 AI 인프라 특화 CSP로 입지를 굳혔다.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고객이 GPU를 직접 소유하고 운영은 클라우드에 맡기는 ‘하이브리드 GPUaaS’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비용 부담과 자산 통제를 동시에 고려하는 기업 수요를 겨냥한 전략이다.
이처럼 국내 CSP들은 AIDC와 GPUaaS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경쟁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CSP와의 단순 규모 경쟁이 아닌 운영 방식과 구조적 차별화로 승부를 걸고 있다.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와 SaaS 도입 본격화
금융권에서도 10년 이상 유지됐던 망분리 규제가 단계적으로 완화되며 클라우드 활용이 빠르게 확산됐다. 2024년 8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에 따라 연구·개발망을 중심으로 논리적 망분리가 허용되면서, 클라우드 기반 SaaS와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2월 17일 기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건수는 998건, 출시 완료 건수는 387건에 달한다.
금융사들은 개인정보를 제외한 업무 영역을 중심으로 SaaS 활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협업 도구, 내부 업무 자동화, AI 기반 고객 서비스 등 적용 범위도 점차 넓어지며, 금융권의 IT 전략은 점진적으로 ‘클라우드 퍼스트’로 이동했다.
SAP, 세일즈포스, 스노우플레이크 등 글로벌 SaaS의 금융권 공략도 본격화됐다. ERP·HR, CRM, 데이터 플랫폼, 생산성 도구 등 핵심 솔루션들이 금융보안 요건을 충족하며 내부망 도입 사례를 늘렸고, 국내 금융 IT 환경은 글로벌 SaaS 표준과의 접점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AI 인프라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2025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닫힌 시장'에서 '경쟁 시장'으로, 그리고 본격적인 'AI 시대'로 전환하는 분기점을 맞이했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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