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게임 이용과 지속시간이 문제적 행동을 발생시키는 직접적 인과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임이 과몰입 등 문제적 행동을 직접 유발한다기보다 기존의 질병·사회·심리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게임은 질병이 아니'라는 공개 발언 이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이 사실상 물건너간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문제점을 짚는 연구 결과 역시 속속 도출되고 있다.
!['2020~2024 게임이용자 연구 해설서'.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https://image.inews24.com/v1/33fa3e31347092.jpg)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3일 발간한 '2020~2024 게임이용자 연구 해설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약 1000명, 성인 약 700명 등 총 1800여명(부모 포함)을 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게임과몰입군'은 점점 줄고 건강하게 즐기는 '게임선용군'은 늘었다. 게임이 중독 등 질병을 일으킨다면 5년 내낸 과몰입군이 증가해야 하나 실상은 다르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5년 내내 게임과몰입군에 계속 머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게임 이용 시간과 중독이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을 알려준다"며 "게임에 잠시 빠질 수는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조절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게임 플레이와 뇌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도 진행했다. 코호트 연구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로 뇌를 직접 촬영하며 게임과 뇌의 관계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코호트 연구 조사 대상은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86명으로, 2년 전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만 7세~12세 남자 초등학생, 3년 전 연구에 참여한 만 13세~18세 남자 중·고등학생, 2024년에 새롭게 참여한 사람들이 대상이 됐다.
2~3년의 연구 기간 동안 선용군은 39% 유지, 46% 일반사용자군으로, 14% 위험군으로 이동했다.. 일반사용자군은 83% 유지, 11% 선용군으로, 6% 위험군으로 이동했다. 위험군은 18% 유지, 55% 일반사용자군으로, 27% 선용군으로 이동했다. 결론적으로 위험군의 절반 이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일반사용자군을 유지한 유형에 비해 게임위험군으로 이동 또는 유지한 유형에서 우측 중후두회의 활성화 저하가 발생했으나 ADHD 평가에 사용된 집중력 점수를 공변량(Covariate)으로 설정해 분석할 시 활성화 저하 미발생했다"며 "유의미한 뇌의 변화는 결국 공존질환에 의한 변화 가능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게임위험군의 뇌 변화는 게임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공존질환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폭력적 게임만 장기간 집중적으로 할 경우 감정 조절 영역의 활동이 약간 떨어질 수 있지만, 대부분 경우 일시적 변화였다. '게임이 뇌를 망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부연했다.
연구진은 "5년 동안의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와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게임이용이 게임이용장애의 원인이라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게임 이외의 SNS 서비스, OTT 등 다른 매체의 이용 행태와 게임 이용 간의 특별한 차이도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게임에 질병이나 중독과 같은 용어 사용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기에 신중함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에 의하면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의 정의는 '디지털 게임 또는 비디오 게임을 통해 지속적,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게임 행동으로 통제력의 상실과 현저성(게임에 과도한 우선순위), 부정적 결과에도 게임을 계속하거나 확대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나타나고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장 등에서 중요한 기능성 손상을 가져오는 경우'를 의미한다.
즉 게임으로 인해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경우가 1년 이상 지속될 때 게임이용 장애의 근거로 적용해 볼 수 있으나, 연구진은 게임 이용으로 인해 이러한 건강상 질병이 발생한다는 증거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동안 게임 이용자의 임상적 소견, 뇌 변화를 관찰했다. 게임을 하면 뇌 변화를 비롯한 고약한 임상 질환이 생길 것이라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와 가정이 있었지만, 너무도 그럴듯한 가정의 결과가 이번 연구 추적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며 "숨어 있는 비밀 중 하나가 공존 질환이고, 과도하게 포장하고 명명하려 했던 게임 과몰입의 진단 기준을 중립적인 시각에서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교수는 "5년간 추적·관찰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는 게임이 '통제 불가능한 질병의 원인'이 아니라 우리 삶의 여가이자 문화이며, 또래와 소통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긍정적 도구라는 점을 증명한다"며 "중요한 것은 규제와 통제가 아니라, 이용자가 스스로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자율적 환경과 소통이다.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걷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고진주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이사는 "게임 이용자에 대한 패널 연구와 코호트 연구 결과를 정리한 이 설명서를 읽고 장기 연구가 주는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게임 이용 시간만으로 문제 행동을 설명할 수 없고 게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조사 결과는 게임을 둘러싼 많은 오해를 되돌아보게 만든다"며 "게임 이용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떨쳐내고 인식이 개선되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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