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 컵에 담아갈 경우 100~200원을 추가로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카페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개인 컵 사용을 늘리겠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선 가격 인상 논란과 운영 부담이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며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탈(脫)플라스틱 대책으로 이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정부는 내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fba1986d394e51.jpg)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결정됐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한 취지다. 당시 제도는 카페 입장에선 컵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별도로 회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소비자 역시 컵을 다시 반납해야 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2022년 6월 전국 시행 예정이었지만 업계와 소비자 반발로 같은 해 12월 세종·제주 지역에서만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영수증에 플라스틱 컵 가격을 100~200원으로 별도 표기하는 이른바 '컵 따로 계산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컵 가격은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카페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소비자 가격 부담과 인건비 상승, 제도의 실효성을 동시에 우려하고 있다.
우선 컵 가격을 별도로 책정할 경우 소비자에게는 가격 인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도 일회용 컵 비용이 커피 가격에 포함돼 있는데, 여기에 컵 가격이 따로 더해지면 체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가 커피 업계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메가MGC커피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핫 1700원, 아이스 2000원, 더벤티는 1500원·2000원, 컴포즈커피는 1500원·1800원 수준이다. 여기에 일회용 컵 가격 100~200원이 추가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기본 2000원대로 올라 저가 커피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예를 들어 컵 값 200원이 포함된 기존 커피 가격이 4000원이었다면 앞으로는 커피 3800원, 컵 200원을 각각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컵 값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14909bdb5119d.jpg)
하지만 업계는 총 결제 금액이 동일하더라도 체감 가격 인상 효과와 현장 혼란은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직원이 주문받을 때 커피와 컵을 구분해 계산해야 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현재 일부 카페는 편의성을 이유로 매장 내 이용 고객에게도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데, 고객이 추가 비용을 피하기 위해 다회용 컵을 요구할 경우 컵 제공과 세척 등 추가적인 업무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충분히 정착되지 못한 채 사실상 중단됐고, 종이 빨대 사용이나 매장 내 다회용 컵 사용 확대 정책 역시 소비자와 업계 민원으로 일부 후퇴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는 가격이 몇백원만 올라도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가 크기 때문에 원두가격 상승에도 가격을 못올리고 있는 상황인데 컵 따로 계산제는 오히려 정부가 가격을 올리라고 부추기는 것 같다"며 "정부가 강제하면 따르긴 해야겠지만 소비자와 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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