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쟁의 방식이 전환점을 맞이했다. 외형 확대 중심의 단독 경쟁이 한계에 이르면서 주요 사업자들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는 연합 전략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의 조인트법인(JV) 출범, 네이버와 컬리의 협업은 이러한 변화가 선언이 아니라 실행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올해는 이커머스 재편의 방향이 뚜렷해진 분기점이었다.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거래 규모는 큰 반면 성장률은 둔화됐고 물류비와 마케팅 비용 부담은 구조적으로 고착됐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단독 플랫폼 중심의 확장 전략은 효율성을 잃기 시작했고 플랫폼·물류·상품 경쟁력을 분리해 결합하는 방식이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했다.
![네이버·컬리, 신세계·알리바바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협업이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사진=아이뉴스24]](https://image.inews24.com/v1/7e2142025d2770.jpg)
JV로 묶인 신세계·알리…'단독 경쟁'의 종말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의 동행은 올해 이커머스 업계의 협업 중 가장 돋보인다. 양사는 이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고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며 JV의 출범을 알렸다. 이를 통해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협력은 공식적인 사업 구조로 자리 잡았다.
JV는 신세계가 보유한 G마켓을 중심으로 국내 이커머스 운영과 물류 역량에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 기술과 해외 셀러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구조다. 신세계는 국내 시장에서의 운영 경험과 유통 인프라를 담당하고 알리바바는 글로벌 상품 소싱과 기술 경쟁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나뉜다.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G마켓과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이어왔지만 경쟁 심화 속에서 거래액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구조적 부담을 안고 있었다. 알리바바와의 JV는 해외 상품 유입과 글로벌 연계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보완하고 국내 플랫폼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정리된다.
알리바바 역시 한국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며 직구 중심 사업을 확대해 왔지만 국내 물류 거점과 로컬 유통 접점 확보는 과제로 남아 있었다. JV를 통해 알리바바는 신세계의 유통·물류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고 신세계는 글로벌 플랫폼의 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독 경쟁에서 벗어나 기능별 강점을 결합하는 전환을 상징한다.
![네이버·컬리, 신세계·알리바바 등 이커머스 플랫폼의 협업이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사진=아이뉴스24]](https://image.inews24.com/v1/12cebe3aaf0c3d.jpg)
네이버는 '트래픽' 컬리는 '상품'…기능 분화형 연합
네이버와 컬리의 협업은 투자 이후 실질적인 서비스 결합으로 이어졌다. 네이버는 지난 2023년 컬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뒤 협업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지난 6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에 '컬리N마트'를 론칭하며 협업을 구체화했다.
컬리N마트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내에 별도 코너 형태로 운영되며, 컬리가 직접 기획·운영하는 신선식품과 프리미엄 식료품을 네이버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구조다. 컬리는 기존의 △상품 소싱 △품질 관리 △물류·배송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플랫폼을 통한 고객 유입과 노출을 담당한다.
이 협업 구조는 네이버와 컬리가 각자의 핵심 역량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네이버는 자체 물류망을 확대하지 않고도 상대적으로 약했던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보완할 수 있게 됐다. 컬리는 독립적인 운영 구조를 유지한 채 대형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장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양측 모두 기존 사업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협업 효과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또한 컬리N마트는 네이버의 멤버십 체계와도 연동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한 혜택 제공이 가능해지면서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식료품 구매 경험을 확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네이버가 커머스 영역에서 직접 모든 기능을 내재화하기보다 전문 사업자와의 연결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는 이같은 협업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이 있는 기업이 있을 때 '합종연횡'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협업은 이커머스 플랫폼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독주가 흔들린다면 협업하지 않아도 독자적으로 해나간다는 분위기도 형성될 수 있다. 또한 각자 역량 100%를 쏟아붇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집중도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이를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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