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두산그룹이 반도체 핵심 소재 분야로 사업 보폭을 본격 확대한다.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며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SK㈜는 17일 공시를 통해 SK실트론 지분 매각과 관련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세부 조건은 향후 협의를 통해 확정되며, 관련 내용은 확정 시점 또는 3개월 이내 재공시될 예정이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 기업으로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지분 70.6%로 시장에서는 SK실트론의 기업가치를 약 5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의 인수 규모는 3조~4조원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SK실트론 지분 29.4%가 매각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두산그룹의 반도체 사업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두산은 최근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와 자회사 엔지온을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여기에 SK실트론을 편입할 경우, 반도체 후공정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핵심 소재 영역까지 확장하게 된다.
두산은 인수 검토 과정에서 경북 구미에 위치한 SK실트론 본사와 공장에 대한 실사에 착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두산이 추진 중인 사업 구조 재편의 핵심 승부수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해 왔다. 지난 6월에는 국내외 사모펀드를 포함해 5~6곳이 예비실사에 참여했으며, 매각 조건을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이후 두산이 지난 10월 인수 검토 사실을 밝히며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양측은 최종 인수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SK그룹의 사업 재편이 상당 부분 진척된 점과 최 회장의 이혼소송에서 재산 분할액이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향후 협상 과정에서 변수가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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