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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도 아닌 조합원들이 만든 마감재 전시장⋯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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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일부 조합원들 갹출해 전시장 마련
조합서 마감재 일괄 지정하자 반발⋯이권 두고 갈등 끝 난맥상 표출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입구. '반포 124주구 마감재 전시장'이라고 써놓은 작은 포스터를 따라 입구로 보이는 회색 철문을 밀고 들어가니 1층은 철거된 상태여서 텅텅 비어있다. 포스터 안내를 보고 2층으로 올라가보니 그제서야 마감재 전시장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수전부터 세면대, 원목마루, 주방상판, 욕조까지 각종 인테리어 마감재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다. 같은 건물 지하 1층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주방 가구 업체가 직접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제품 설명도 한다. 이 전시장은 조합의 마감재 지정에 반발하는 조합원들, 이른바 '반포 124주구 조합원 마감재 검증단(검증단)'이 마련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입구에 '반포 124주구 마감재 전시장'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5.12.15 [사진=이효정 기자 ]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입구에 '반포 124주구 마감재 전시장'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5.12.15 [사진=이효정 기자 ]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입구에 '반포 124주구 마감재 전시장'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5.12.15 [사진=이효정 기자 ]
'반포 124주구 조합원 마감재 검증단'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마련한 마감재 전시장 전경. 조합원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전시장에서 조합원들에게 제품과 총회 안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12.15 [사진=이효정 기자 ]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조합 내 갈등이 마감재 등 다양한 양상으로 번지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이 갹출해 직접 마감재 전시장까지 마련하는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조합은 시공사와 협의해 최고의 마감재를 지정했다고 하지만, 이들은 마감재 변경으로 공사비는 높아지는데 마감재 결정 과정은 불투명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검증단은 지난달 30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빌딩 2층에서 10여개가 넘는 브랜드의 각종 마감재 전시장을 운영했다.

이 공간은 조합원들 중 일부가 모여 수천만원의 임대료를 부담하고 마감재 업체들에 일일이 연락해 조성했다. 조합원 A씨는 "홍보물은 조합원이 제작하고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해 전시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공사 마감재 입찰에) 탈락한 업체는 아니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입구에 '반포 124주구 마감재 전시장'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5.12.15 [사진=이효정 기자 ]
'반포 124주구 조합원 마감재 검증단'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마련한 마감재 전시장 전경. 2025.12.15 [동영상=이효정 기자 ]

조합원 A씨는 "조합은 비싼 마감재를 써야 높은 일반 분양가 책정으로 이어져 분양수익을 올릴 수 있다더라"면서 "조만간 열릴 총회에서 마감재 고급화를 위한 공사비 인상 안건이 통과되면 제품 모델도 모르고 선택해 오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단은 층상벽면배관공법을 시행하는 업체의 선정을 비롯해 각종 마감재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시공사 선정 때 기대됐던 스위스 방식을 차용하는 국내 업체가 아닌, 다른 국내 업체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층상벽면배관공법은 벽체에 배관을 박아 양변기 등이 바닥이 아닌 벽에 붙이는 방식으로 물 내리는 소리가 크게 감소해 '에테르노 압구정', '어퍼하우스 청담' 등 고급 주택에 쓰인다.

오는 27일 조합이 개최 예정인 총회에서는 총 1129억원 규모의 공사비 인상 안건이 표결에 부쳐진다. 사업시행인가일로부터 실착공일까지 발생한 약 7개월간의 공사비 물가상승분 649억1900만원과 '일반분양가 가산 항목 및 마감재 고급화'를 명분으로 하는 480억원 인상안이다. <본지 2025년 12월 16일자 [단독] '반디클' 공사비 480억 또 오른다 (종합)>

조합은 이에 대해 마감재가 이미 확정돼 변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지난 15일 조합원 전체에 공지를 통해 "마감재 검증단이라는 일부 조합원들이 '마감재 전시회 및 주방 설명회 안내문'이라는 책자를 보내고 있다"며 "이는 대표성이 있는 조합을 무시하고 조합과 무관한 괴단체를 만들어 조합원을 현혹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행위로, 마땅히 지탄받아야 하고 조합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지의 마감재 대부분은 지난 1년 동안 현대와 조합, CM이 검토하고 협의해, 현 시점에서 최고의 사양과 제품으로 확정했기에 변경이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재건축을 통해 기존 지상 5층, 2120가구가 최고 35층 50개동, 5002가구의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반디클)'로 탈바꿈 할 예정이다. 시공사는 현대건설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입구에 '반포 124주구 마감재 전시장'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5.12.15 [사진=이효정 기자 ]
'반포 124주구 조합원 마감재 검증단'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마련한 마감재 전시장 전경. 2025.12.15 [사진=이효정 기자 ]

이처럼 정비사업장 내 마감재 문제로 조합 내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대단지일수록 어떤 마감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사비 뿐 아니라 참여 업체의 이권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파장이 크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통합재건축)'에서는 창호 문제로 조합과 조합원들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창호 설계 등을 바꿔야 한다는 일부 조합원과 교체 시 발생하는 공사비 증액분 100억원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조합의 갈등이었다. 관련 안건은 총회에서 부결됐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래미안 원베일리(2023년 입주)는 23개동, 2990가구 규모다.

올해 입주한 '인덕원자이SK뷰'에서도 원목마루와 에어컨 설치 비용 등과 얽힌 비례율 문제로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소장은 "과거부터 마감재 문제로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간 갈등 양상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며 "마감재 선정 방식을 일관되게 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권고 수준이라도 가이드라인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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