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했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비트코인에 특화된 기업으로 주목받아온 Twenty One Capital(XXI)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주가가 약 20% 가까이 급락하며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비트코인 4만 3000개가 넘는 물량을 보유하고,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기업이었기에 이번 주가 하락은 단순한 상장 실패를 넘어 의미심장한 신호로 해석된다.
Twenty One Capital은 비트코인 중심의 사업 구조를 전면에 내세운 상장 기업으로, 상장 당시 4만 3천5백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며 기업 비트코인 보유량 최상위권을 목표로 했다. 캔터 에퀴티 파트너스와의 SPAC 합병을 통해 상장에 성공했으며, 잭 말러스, 캔터 피츠제럴드, 테더, 비트파이넥스, 소프트뱅크 등 쟁쟁한 후원 세력까지 더해지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12월 9일 상장 첫날 주가는 19.97% 하락한 11.9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비트코인 보유량만으로는 더 이상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번 주가 급락의 핵심 배경으로는 ‘mNAV 프리미엄’의 소멸이 꼽힌다. mNAV는 기업의 순자산가치 대비 시장에서 부여받는 가치 배수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한 기업들이 단순 자산 가치 이상의 프리미엄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았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 기대와 함께, 경영진이 추가적인 사업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했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https://image.inews24.com/v1/c079abc7b09256.jpg)
그러나 Twenty One Capital은 상장 과정에서 자산 가치와 거의 유사한 수준에서 평가받았고, 이는 시장이 해당 기업의 사업 계획이나 성장성에 대해 별도의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 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았다. 상장 시점 기준 비트코인은 10월 고점 대비 28% 이상 하락한 상태였고,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도 위축돼 있었다. 여기에 SPAC 상장에 대한 피로감도 겹쳤다. 과거 다수의 암호화폐 관련 SPAC 기업들이 합병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만큼, 투자자들은 새로운 SPAC 상장 기업에 대해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례는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한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의 신뢰와 프리미엄을 얻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비트코인 보유량이 아니라, 그 자산을 기반으로 어떤 수익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다. 단순히 ‘비트코인 금고’ 역할에 머무는 기업보다는, 비트코인 기반 금융 상품, 인프라, 서비스 등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지속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wenty One Capital의 상장 첫날 주가 흐름은, 비트코인 기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기준이 한 단계 진화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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