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항암 분야까지 확산됐으나,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별 미생물 조성이 달라 치료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고, 품질 표준화 등도 까다로워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이미지. 기사에서 언급된 업체와는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d1925d39fd635a.jpg)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브(microbe)'와 생태계를 뜻하는 '바이옴(biome)'의 합성어로, 인체에 있는 미생물 군집을 의미한다. 체내에는 100조 개 이상의 미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가운데 80% 이상이 위·소장·대장 등 장 소화기관에 분포한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하는 이유는 장내 미생물이 소화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 반응과 염증 수준, 장 점막 장벽 기능, 영양분 대사 등에 영향을 주며, 이를 조절하면 다양한 질환 치료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등에는 장내 미생물이 면역세포 활성에 관여해 면역항암제 반응과 부작용과의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이를 넘어 당뇨·비만 같은 대사질환 치료제, 감염 대응 전략(항생제 보완·대체)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마다 장내 미생물 조성이 달라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특정 균주가 치료 효과를 낸다는 인과관계를 임상에서 일관되게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살아있는 제제'인 만큼 균주 동정과 품질 일관성, 오염·감염 위험 통제 등 제조·품질 표준화 부담도 크다. 이런 한계 탓에 미국에서 상용화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레비오타(REBYOTA)'와 '바우스트(VOWST)' 등 일부에 그친다.
국내에서는 개발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후보물질 'GEN-001'의 위암 2상 최종임상보고서(CSR)를 수령했지만, 후속 3상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는 면역항암제 '아벨루맙' 병용 투여에서 객관적반응률(ORR) 19% 등의 결과를 확인했으나, 상용화까지 이어가기에는 임상·사업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CJ그룹 계열사 CJ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후보물질 'CJRB-101'에 역량을 쏟고 있으나, 기대했던 속도를 못내고 있다. 2022년 1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1·2상 계획(IND)을 제출한지 한달도 안돼 승인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1상 데이터 성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앞서 회사는 올해 상반기 내로 1상을 완료한 뒤 2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CJRB-101은 비소세포폐암, 두경부편평세포암, 흑색종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를 제외한 소화기질환, 호흡기(천식), 중추신경계(파킨슨) 등 주요 파이프라인 대부분은 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후보물질이 150여 개 이상이 되는데, 이들 물질 일부 역시 임상에서 차질을 겪고 있다"며 "미국은 2000년대 초부터 장기간 감염 예방 관련 연구와 데이터를 축적해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데이터 부족인 것인데, 기초가 탄탄하지 않다"라며 "임상 진전을 위해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장기적인 검증과 교육, 산학 협업이 이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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