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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정치…"기회주의를 넘어 성숙한 민주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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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호 국민의힘 부산시당 행복연구원 정책실장

[아이뉴스24 박채오 기자] 한국 정치의 위기는 어느 한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보여주는 혼란은 보수와 진보 모두가 책임을 나눠 가진 구조적 위기이며, 최근 보수정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그 단면일 뿐이다. 정권의 흥망에 따라 충성의 방향을 바꾸고, 과거의 선택을 부정하며, 새로운 권력의 기류에 몸을 실으려는 움직임은 보수정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한때 권력의 중심에 서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들이 정권이 흔들리자마자 가장 먼저 난파선을 탈출하듯 빠져나가고, 자신들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더 큰 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내는 모습은 보수정치가 스스로 강조해온 '책임'이라는 가치를 무너뜨린다.

그러나 이 모습은 보수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진보정당 역시 강성 지지층의 압력과 내부 권력투쟁 속에서 민생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입법 폭주 논란은 진보정치가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기본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거대 의석을 기반으로 속도전과 힘의 정치에 몰두하는 동안 사회적 합의는 실종되고 갈등은 더 깊어진다. 진보정치가 강조해온 '포용'은 사라지고, 우리 편 중심의 정치만 남았다. 보수는 내부 계파 갈등에 몰두하고, 진보는 강성 지지층의 환호에만 집중한다.

그 사이에서 민생은 실종되고, 국민은 정치 혐오만 키워간다. 이문열의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마지막 장면은 지금의 정치 현실을 기막힐 정도로 닮아 있다. 절대 권력자 엄석대가 무너지자 그에게 빌붙던 아이들이 가장 먼저 돌을 던지며 "저 아이가 나쁜 놈이었다"고 외치는 장면.

지금 한국 정치권 곳곳에서 벌어지는 풍경이 바로 이것이다. 권력의 보호막이 있을 때는 침묵하거나 동조했던 인물들이 정권이 약해지자마자 가장 먼저 등을 돌리고, 자신들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 더 큰 비난을 쏟아내는 모습은 정치적 기회주의의 극단을 보여준다. 진보정치 역시 다르지 않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지나치게 종속되면서 점점 더 협소한 정치가 되고 있다.

정책은 현실보다 이념에 치우치고, 민생은 상징적 조치에 가려진다. 결국 보수와 진보는 서로를 비난하지만, 정작 두 진영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권력 앞에서는 비굴하고, 책임 앞에서는 도망치며, 지지층 앞에서는 과도하게 충성하고, 국민 앞에서는 침묵한다.

정치가 진영의 승패를 겨루는 전쟁터가 되면서 국민의 삶은 점점 더 정치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정당의 승리도, 특정 정치인의 몰락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정치의 복원이다. 보수는 책임을 되찾아야 하고, 진보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하며, 두 진영 모두 민생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담임 선생은 엄석대를 고발하는 아이들을 칭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비굴함과 기회주의를 꾸짖는다. 지금 한국 정치에도 그런 꾸짖음이 필요하다. 난파선에서 서로를 밀어내는 정치가 아니라, 배를 고쳐 다시 항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치.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정치다.

* 본 기고는 아이뉴스24의 편집기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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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호

현 국민의힘 부산시당 행복연구원 정책실장

전 국민의힘 중앙당 부대변인

사단법인 2030부산월드엑스포범시민서포터즈 부산협의회 회장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부산시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

국민의힘 부산시당 청년위원장

최주호 국민의힘 부산시당 행복연구원 정책실장. [사진=본인 제공]
/부산=박채오 기자(che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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