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필수의료 현장은 전례 없는 인력난을 맞은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심뇌혈관질환 인적네트워크’가 상당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심장내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필수 전문의를 권역 단위로 묶어 하나의 팀처럼 운영하고, 병원 간 환자 정보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실시간 공유해 신속하게 시술 주체를 정하는 구조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스텝에게 개별지원금을 지급하는 보상 체계도 함께 도입됐다.

제도의 효과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증명됐다. 지난해 10월 A(47세)씨는 극심한 두통으로 부산광역시 영도구의 한 지역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거미막하 출혈이 확인됐고 곧바로 ‘심뇌혈관 인적네트워크’ 협의 메시지방에 전원 요청이 올라왔다.
이 신호를 받은 최재영 온병원 뇌혈관센터장은 즉시 환자 이송을 수락했고, 20분 뒤 환자는 119 구급차로 온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뇌혈관 조영술(TFCA)과 코일 8개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다. 시술 중 혈전이 발생했지만 A씨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한 달 뒤 퇴원했다.
지난해 12월 초에 있었던 B(65세)씨의 사례도 비슷했다. 흉통을 호소하며 부산 사하구의 한 병원을 찾은 B씨는 심근경색이 의심됐고, 담당 의료진은 곧바로 심뇌혈관질환 인적네트워크 단체방을 통해 온병원으로 전원을 의뢰했다.
B씨는 보호자 차량으로 직접 병원을 찾아왔고, 도착 즉시 이현국 온병원 심혈관센터장이 응급 관상동맥 조영술 및 중재술을 시행했다. 검사 결과 우관상동맥 완전 폐색이 확인돼 즉시 혈류를 재개통했고 B씨는 입원 6일 만에 퇴원했다.
김동헌 부산 온병원 병원장(전 부산대학교병원 병원장)은 “골든타임을 다투는 심뇌혈관질환을 진료하는 의사가 줄어든 상황에서 환자를 살릴 방법은 병원 간 인력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병원끼리 서로의 전문의를 빌려 쓰는 구조가 아니면 지역병원은 심뇌혈관 응급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복지부의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 참여하는 온병원을 비롯한 부산대병원, 부산백병원 등은 ‘부산 서구권역’ 권역망 안에서 환자 정보를 주고받고, 가장 빠른 응급대응이 가능한 의료진이 바로 시술을 맡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시범 평가 결과 온병원이 포함된 팀에는 약 1180만원의 사후지원금이 참여한 각 의료기관 소속 의사들에게 책정됐다.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심뇌혈관 인적네트워크를 ‘한국형 필수의료 모델 실험실’로 평가했다. 기존의 병원별 경쟁 구조를 넘어 권역 단위 협력과 팀 단위 성과 보상을 도입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대한종합병원협회는 “예산 규모가 작고 시범사업에 그쳐 사업의 지속성이 불확실한 만큼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며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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