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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6kg 연탄 한 장이 지켜온 36.5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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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수 전 부산시교육청 정책소통 수석비서관

[아이뉴스24 박채오 기자] 2025년 12월 겨울,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고 기부는 36% 줄었다. 연탄 한 장 가격은 1000원을 넘겼다. 이 차가운 숫자들 속에서도, 21년째 3.6kg 연탄에 36.5도의 온기를 담아 365일 공동체의 온도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

강정칠 사단법인 부산 연탄은행 대표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약 30만 장의 연탄을 나눠 왔다. 매일 200여 명의 어르신 식탁을 책임지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과 청소년 센터를 운영해 왔다.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가장 아래에서 공동체를 떠받치는 묵묵한 노동이었다.

그러나 이 따뜻한 현장 앞에 놓인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부산에도 영하권 기온이 기록되며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된 가운데, 지난 10월 연탄 기부량은 지난해보다 36% 줄었다. 올해 1~10월 누적 기부량 역시 24% 감소했다. 연탄 한 장 소매가는 1000원을 넘겼다. 숫자는 감정을 허락하지 않는다. 방 한 칸을 데우려면 하루 평균 연탄 5장이 필요하다. 3개월의 한파를 가정하면, 부산의 연탄 사용 세대가 필요한 연탄은 단순 계산으로 22만 5000 장이다. 기부는 줄었고, 가격은 올랐으며, 필요한 양은 명확하다.

이 부족분을 누가, 어떻게 채울 것인가. 연말이면 우리는 습관처럼 말한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자. 하지만 말만으로는 비어 있는 연탄 창고를 채울 수 없다. 줄어든 36%의 연탄 기부량, 1000원을 넘긴 연탄값, 22만 5000 장이라는 수치는 지금 우리 사회의 연대가 어디까지 물러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를 되돌리는 일은 누구 한 사람, 한 기관의 몫이 아니다. 강정칠 대표의 21년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영웅이어서가 아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했기 때문에, 그 발자취는 위대해졌다.

지금 필요한 건 '대단한 누군가'가 아니다. 평범한 우리가 조금씩 움직이는 일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연탄 한 장이 될 수 있다.

이 겨울, 부산의 연탄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그 불씨를 지키는 일에 이제 우리 모두 함께하자. 21년 동안 묵묵히 이 길을 걸어온 강정칠 대표와 부산 연탄은행의 발걸음에 이제는 우리의 발자국도 나란히 찍힐 차례다. 누군가의 겨울을 지켜낸 그 작은 온기가, 내년 우리의 삶에도 다시 따뜻한 빛으로 번지길 바라며.

* 본 기고는 아이뉴스24의 편집기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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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수(孫正守 / Son jung soo)

前 부산광역시교육청 정책소통 수석비서관.

손정수 전 부산시교육청 정책소통 수석비서관. [사진=본인 제공]
/부산=박채오 기자(che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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