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문배철강이 유동성 확보를 이유로 보유 자사주를 계열사 NI스틸에 모두 넘기면서 지배구조 논란이 일고 있다. 양사 이사회가 대부분 겹치고 오너일가가 두 회사를 동시에 지배하고 있어, 오너 측의 영향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거래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문배철강은 지난 9일 자기주식 193만5621주(지분율 9.4%)를 계열사 NI스틸에 전량 처분하기로 했다. 거래는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준가격은 주당 2085원, 총처분 예정금액은 약 40억원이다. 이번 매각으로 NI스틸은 문배철강 지분을 새롭게 확보해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왼쪽부터 문배철강, NI스틸 [사진=각 회사 홈페이지]](https://image.inews24.com/v1/acb5eeb315b875.jpg)
문배철강은 자사주 처분 목적을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재무 상태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문배철강의 2025년 3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132.5%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다.
반면 이번에 주식을 매입한 NI스틸의 유동비율은 61.1%에 불과하다. 현금 여력이 부족한 계열사가 오히려 문배철강의 자사주를 떠안은 구조다. 이에 재무구조 개선이 아니라 지배력 관리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NI스틸로서도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회사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NI스틸 이사회는 오히려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결정을 승인한 것이어서 배임 가능성까지 언급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자기주식은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계열사가 취득하면 정상적인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문배철강 내부에서 묶여 있는 9%대 의결권이 NI스틸로 이동하면서 그룹 전체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특히 NI스틸의 최대 주주가 문배철강이고 문배철강의 오너 일가인 배종민(15.05%), 배승준(14.48%) 씨가 이미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의결권 집중 효과가 더 커졌다고 평가받는다.
두 회사의 이사회 구성도 논란을 키운다. 이창환 대표가 두 회사 경영을 동시에 총괄하고, 감사 김문모 역시 두 회사의 감사를 겸직하고 있다. 일부 임원은 문배철강–NI스틸–창화철강에 걸쳐 겸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배철강의 재무개선을 앞세운 거래라기보단 그룹 지배력 유지·강화가 핵심 목적이라는 의구심을 피하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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