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버 중지법'·'내란전담재판부'…연말 국회 '시한폭탄'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합의처리한 여야가 이번주 다시 극한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진행 요건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더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사법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각 법안에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9일 예정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이어 10일부터 시작되는 12월 임시국회에서 각종 쟁점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여당은 지난 3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해, 12월 국회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쟁점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1인 60명 이상이 출석하지 않았을 때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의사정족수 충족 요청이 있으면 국회의장이 회의 중지를 선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 의석이 107석에 불과한 만큼 개정안이 통과되면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장기화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사위 야당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3일 개정안 통과 당시 "소수 야당에 유일하게 남은 필리버스터 권한을 한마디로 박탈하려는 법으로, 민주당의 이런 포악스러운 행위는 분명히 후대가 평가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여당이 연내 처리를 공언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 왜곡죄 도입(형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안은 연말 여야 대치 국면의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구속 기한이 내년 1월 18일 만료되는 만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통한 신속 재판으로 이른바 '내란 청산'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법안 역시 지난 3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도 법안 통과 시 윤 전 대통령 측이 위헌법률심판 청구로 맞대응할 경우 재판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추천 권한을 헌법재판소와 법무부에 부여하는 구성 방식 역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상 사법부 독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야권과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통령실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위헌성 우려를 당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고, 우군인 조국혁신당도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위헌법률심판 청구 시 재판 중지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수정·보완 필요성을 주문했다.

또 재판 중지 가능성이라는 맹점을 보완키 위해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발의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도 내란·외환죄 재판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헌재법 개정안이 법사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것에 대해서도 '위헌을 또 다른 위헌으로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야당과 법조계에서 나온다. 민주당은 8일 예정된 정책의원총회에서 본회의에 올릴 법안의 최종 내용과 처리 순서를 확정할 방침이다. 조승래 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면서도 "위헌성 시비와 걱정하는 목소리는 처리 직전까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은 8일 '이재명 정권 독재 악법 국민고발회' 형식의 의총을 종일 열어 여당발 사법개혁안의 위헌성을 강하게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당 지도부는 여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소속 의원들에게 이달 해외 출장을 자제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국민의힘은 이달 내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국정조사를 관철해 국회 내 '되치기'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