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재수 기자] “제 고향 용인의 발전을 위해, 용인의 정치를 위해 ‘용인 정치인’으로서 다시 뛰어야지요.”
지난 4일 오후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우현 전 국회의원은 차분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이 같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와 말투 곳곳에서는 오랜 고민 끝에 다시 결심한 정치인의 단단함이 묻어났다.
이 전 의원은 용인 원삼면 출신으로 ‘토박이 정치인’이다.

1998년 용인시의원으로 첫 당선된 뒤 시의회 부의장·의장을 역임했고 이후 국회로 옮겨 용인갑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7년 간 지방 정치와 중앙 정치를 모두 경험한 그야말로 용인의 중량급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 그에게 정치적 시련이 찾아온 건 2018년.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고 그는 5년 7개월 간 수감 생활을 했다. 2023년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복권 됐지만 그는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별건의 별건 수사에 얽히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형을 살았다. 시민들에게 실망을 드린 건 분명하니 한 동안 마음을 비우고 다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그는 출소 직후부터 2년 6개월 동안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하며 사실상 정치적 잠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를 다시 정치라는 장으로 불러낸 건 가족, 특히 손녀의 존재였다.
이 전 의원은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손녀가 유튜브와 뉴스에서 저를 검색하고 봤다면서 묻더라. 이 아이가 더 자랐을 때 ‘할아버지가 그래도 소신 있고 열심히 했던 정치인이었구나’를 이해시켜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인터뷰 내내 현재 용인 정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현직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과 지역 선배 정치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란 결국 시민을 위해 일하는 자리다. 선거 때는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같은 시민을 위해 당을 넘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용인의 정치에서는 이런 기본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특히 시의원들의 분열과 갈등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시의원은 시민 바로 옆에서 일하는 자리다. 생활 정치의 최전선인데 서로 도와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대립하고 있으니 시민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자격과 책임을 갖추지 못한 후배 정치인들에게는 선배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야당의 지난 총선 패배에 대해 “하향식 공천 시스템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이 전 의원은 “지역을 모르는 사람이 낙하산처럼 내려오면 시민들이 마음을 열겠나.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상향식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 바뀌지 않으면 같은 실패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상황에 대해서도 “내부 단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대표 중심으로 하나가 돼야 지방선거에서 승산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불필요한 말들은 자제하고 당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내년 1월 21일 처인구 페이지웨딩홀에서 출판기념회 앞두고 있다.
그의 저서 제목은 ‘그래도 이우현, 꽃은 져도 향기는 남는다’다. 그는 이 제목에 자신의 삶과 정치 철학, 시련, 복귀 의지를 모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감 생활 중 교도소 한쪽에서 민들레를 심어 가꿨다.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수없이 지고 피더라. 그걸 보면서 제 인생과 닮았다고 느꼈다. 꽃은 져도 향기는 남는다. 정치인으로서 시민들 곁에 남고 싶은 건 바로 그 ‘향기’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시의원 시절과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대해 기록했다.
특히 용인 발전을 위해 추진했던 주요 사업을 정리했다.
세종~포천고속도로, 세브란스병원 유치, 용인외고 설립, 평온의 숲 조성, 기흥역 환승센터 구축 등 약 20여 개 사업이 그의 손을 거쳐 이뤄졌다.
이 전 의원은 “정치인은 성과로 말한다. 왜 이 사업을 추진했는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그리고 시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를 정리해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용인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처인구’를 언급했다. 처인구가 향후 용인 발전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용인은 기술 기업과 산업 도시로 변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관련 기업들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유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교통, 도로, 교육, 생활 인프라까지 전면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처인구의 교육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지역간 교육 격차를 해소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기업 임직원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체육 기반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도시가 균형 있게 성장한다”면서 문화·체육·복지 시설 확충도 필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용인의 도시성과 자연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처인구의 천혜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도 지역 발전과 연결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의원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가 큰 관심사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즉답은 피하면서도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이 전 의원은 “내년 1월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시민 의견, 주변 조언, 가족과의 상의를 거쳐 2월 쯤 입장을 밝히겠다. 나이도 있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용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걸 그냥 두고 보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자신을 ‘오뚜기 인생을 살아온 흙수저 정치인’이라고 표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 전 의원은 “몇 번이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났다. 그 동안 누구의 도움을 받기 보다는 정정당당하게 경쟁했고 시민 앞에서 항상 떳떳하려 했다. 앞으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 고향 용인 시민 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정재수 기자(jjs388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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