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기고] 계엄을 지나며…망년의 바다에서 건진 한 줄기 희망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최철원 정치평론가…견딘다는 것의 의미를 ‘노인과 바다’에서 배우다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세상이 아프니 붕대라도 감아 주고 싶다. 희망이라고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수렁에 빠진 세상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송년 모임으로 분주하다. 이럴때 일수록 차분히 행동하며 책과 더불어 일과를 보낸다. 사람들 속에서 헤메지 않고 독서를 하며 '을사년 송년이 아닌 망년'을 생각한다.

최철원 지역정치평론가 [사진=최철원]

격동의 한 해를 보내며 어떤 내용의 책을 읽을까. 희망이 우리네 삶을 추동하는 힘이기에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책으로 노인과 바다가 생각났다. 그 책은 읽을 땐 저절로 그 속에 빠져들고 자세가 경건해진다. 허리를 반듯하게 펴고 책장을 한장 한장 신중하게 넘기게 되는, 인생 삶의 문장이 책속에 가득히 담겨있다. 예전에도 몇 번씩이나 읽어 책장이 너덜너덜 해진 "노인과 바다' 책을 다시 펼쳤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내용이 짧다고 만만하게 보았는데 읽는 내내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내용이 로맨스라고는 조금도 없이 민밋했다. 84일간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한 산티아고 노인이 길이 5.5m에 무게가 770kg는 나갈 법한 거대한 물고기를 잡겠다고 망망대해의 배위에서 분투하는 내용과 노인이 자신에게 독백하는 내용이 책 한 권을 채우고 있다.

겨우 고기를 잡고 나니 이번에는 고기를 탐낸 상어 때와의 싸움이 시작되고 결국 상어에게 몽땅 뜯어 먹혀 뼈만 남은 물고기의 잔해와 함께 항구로 돌아와 잠을 청하는 것으로 결말이 '수다없이 건조' 하게 맺는다.

한계에 앞에서도 노인의 독백인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지"라는 이 문구가 유독 가슴에 와 닿는다. 험란한 바다의 파도, 집채보다 더 큰 상어와 목숨을 건 사투. 다치고 상처입고 상어 때에게 다 뜯긴 청새치의 빼만 가지고 돌아온 노인을 패배자로 볼 수 있는가. 그의 패배가 아름답다면 죽음을 코 앞에 느낀 순간까지도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라는 노인의 독백은, 희망을 잃지 않았던 강인함 때문이다.

책을 덮으며 소설 속 노인은 자연과 투쟁한다기보다 스스로와 싸우고 있었다. 노쇠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 인간은 늙어갈수록 더욱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헤밍워이는 이 책을 빌어 말한다.

가끔, 거울을 보다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걸 깨달을 때, 노인과 바다의 이 문장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곤 했다. "두 눈을 제외하면 노인의 것은 하나같이 노쇠해 있었다. 오직 두 눈만은 바다와 똑같은 빛깔을 띄었으며 기운차고 지칠줄 몰랐다." 얼핏 노년과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그 책의 스토리는 결국 한계에 맞서는 강인한 인간의 스토리이다.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과정이 의미가 있는 글, 빈 손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노인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녹초되었는지 생각한다. 그리고 큰 소리로 스스로에게 말한다. "괜찮아, 아무것도 없어, 다만 '너는'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세상이 힘들다고 희망없이 무의미하게 산다는 것은 바보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심지어 그것은 죄이다. 세간 뉴스는 온통 계엄 휴유증으로 '질서 파괴냐, 내란이냐, 인간 패배냐'로 우울한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12월 망년'의 달을 맞았으니 지나간 나쁜 일들은 다 잊자. 잊어야 내일을 꿈 꿀 수 있지 않겠는가. 강인한 노인의 말을 빌려 '희망을 희망'하고 싶은 게 나의 희망이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고] 계엄을 지나며…망년의 바다에서 건진 한 줄기 희망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



포토 F/O/C/U/S